호수 2732호 2022. 11. 20 
글쓴이 서진영 신부 

신이시여 왕을 보호하소서!(God Save the King)

 
서진영 신부 / 다대성당 주임

 
   지난 9월 엘리자베스 2세의 장례식이 있었습니다. 여왕을 떠나보내며 왕실 찬가 “God Save the King”을 부르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에게 승리와 행복과 영광을 주시고, 오랫동안 우리를 다스리게 하소서. 그에게 우리의 법을 지키게 하시고, 우리로 하여금 항상 마음으로 소리 내어 노래하게 하소서. 신이시여, 왕을 보호하소서!”
 
   이 노랫말 때문인지 70년을 함께한 여왕을 보내는 사람들의 시선은 아련했습니다. 이 시선으로 왕이라는 존재를 봅니다. 의지가 되어주는, 질서를 지키는, 평화로 이끌어야 하는, 그래서 늘 신께서 함께하셔야 하는 분이 ‘왕’이시겠지요. 가장 힘센 사람이지만, 더 큰 분의 도움을 청해야 하는 부족함이 왕이 가진 힘의 균형을 잡아 준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킹-달러’라고 불리는 돈에도 “In God We Trust”(우리는 신을 믿는다)라는 말이 붙어 있습니다.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 왕’ 대축일입니다. 무엇으로 그리스도(기름 부음 받은 이)를 설명해야 할까요? 가장 적절한 말이 ‘왕’일 겁니다. 멋진 사진을 보며 그림이라 하고, 멋진 그림은 사진 같다고 하는 우리입니다. 온전히 담아낼 수 없기에 그나마 가장 가까운 표현을 빌리는 것이겠지요. 
 
   가장 힘센 사람이라는 ‘왕’(王)이라는 단어는 도끼에서 유래했답니다. ‘왕’(한자)이든, ‘킹’(영어)이든, ‘쾨니히’(독어), ‘렉스’(라틴어), ‘멜렉’(히브리어), ‘라자’(동남아어)이든 ‘왕’이라는 말은 도끼, 낫, 칼 등의 무기에서 유래했답니다. ‘언제든지 나의 목을 벨 수 있는 자’, 나의 생사를 정할 수 있는 자라는 의미가 ‘왕’입니다.  
 
   이 무서운 힘이 공정하지 못할 때 불행과 억압이 따랐고, 올바를 때면 평화와 행복이 왔습니다. 누구나 기꺼이 온 마음으로 찬양하게 만드는 힘이 ‘왕의 권위’고, 이 ‘왕의 다스림’(나라)을 지켜 주시는 분은 더 크신 분, 하느님(신)이십니다.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분(saver)의 승리와 영광 그리고 다스림 속에 살아갑시다.
 
‘그리스도 왕’이시여, 저희를 보호(구원)하소서.
호수 제목 글쓴이
2878호 2025. 7. 13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new 계만수 신부 
2877호 2025. 7. 6  말씀 전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 file 정상천 신부 
2876호 2025. 6. 29  흔들린 고백 file 천경훈 신부 
2875호 2025. 6. 22  새 계약 file 신문갑 신부 
2874호 2025. 6. 15  하느님의 얼굴 file 조영만 신부 
2873호 2025. 6. 8  보호자시여, 저희의 닫힌 문을 열어주소서! file 권동국 신부 
2872호 2025. 6. 1.  승천하신 예수님, 저희도 하늘로 올려 주소서 file 이상일 신부 
2871호 2025. 5. 25.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아버지께 가는 것을 기뻐할 것이다.” file 맹진학 신부 
2870호 2025. 5. 18.  예수님처럼 사랑하기 file 권동성 신부 
2869호 2025. 5. 11.  내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신 하느님! file 박규환 신부 
2868호 2025. 5. 4.  치유, 회복 그리고 부활 file 김영환 신부 
2867호 2025. 4. 27.  토마스 사도 덕분에 file 이창신 신부 
2866호 2025. 4. 20.  부활은 희망입니다 file 손삼석 주교 
2865호 2025. 4. 13.  행한 것이 남는다. file 장용진 신부 
2864호 2025. 4. 6.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file 김태환 신부 
2863호 2025. 3. 30.  감옥에 갇힌 이들 file 송현 신부 
2862호 2025. 3. 23.  무화과나무 한 그루와 나 file 한윤식 신부 
2861호 2025. 3. 16.  산 아래로 다시 내려와서 file 강지원 신부 
2860호 2025. 3. 9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file 장민호 신부 
2859호 2025. 3. 2  다 배우고 나면 내 눈 안에 들보가 있음을 알게 될까요? file 김동환 마티아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