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725호 2022. 10. 2 
글쓴이 김상균 신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


 
김상균 신부 / 북양산성당 주임


 
   오늘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돌무화과나무더러 ‘뽑혀서 바다에 심겨라.’ 하더라도, 그것이 너희에게 복종할 것이다.”(루카 17,6)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서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는 것이, ‘작은 믿음’을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겨자씨가 실제로는 모든 씨앗 중에 가장 작은 씨앗이 아닌데도, ‘작은 믿음’을 왜 ‘겨자씨 한 알’에 비유하셨을까요? 
 
   우리말에 ‘눈곱만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이 말을 찾아보면, ‘보잘것없이 썩 적거나 작다.’는 뜻이라고 나옵니다. 이와 비슷하게, 예수님 시대에는 ‘겨자씨만 하다.’는 말이 ‘가장 작은 것’ 또는 ‘가장 적은 양’을 가리키는 관용어였다고 합니다. 따라서 ‘겨자씨 한 알만 하다’는 말씀을 우리말 ‘눈곱만하다.’와 비슷한 의미로 사용하셨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겨자는 한해살이풀로 토양에 따라 3미터까지도 자란다고 합니다. 하지만 ‘겨자풀’이 아무리 크게 자란다 하여도 ‘돌무화과나무’와는 비교할 수 없이 크기가 작습니다. 심지어 ‘겨자풀’이 아니라 ‘겨자씨 한 알’과 ‘돌무화과나무’를 비교하시니 둘의 크기 차이는 엄청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께서는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으로 ‘돌무화과나무’를 바다에 옮겨 심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마도 믿음의 힘을 강조하시고자 크기가 크게 차이가 나는 겨자씨와 돌무화과나무를 비유로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은 루카 복음서의 말씀인데요, 마태오 복음서에서는 ‘돌무화과나무’ 대신에 ‘산’과 비교하여 말씀하셨습니다.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라도 있으면, 이 산더러 ‘여기서 저기로 옮겨 가라.’ 하더라도 그대로 옮겨 갈 것이다.”(마태 17,20) 
 
   예수님께서는 돌무화과나무이든 산이든, 작은 믿음만 있어도 큰 것을 옮길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작은 믿음의 힘으로도 엄청나게 큰일을, 곧 기적 같은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오늘 예수님의 이 말씀이, 믿음이 부족한 우리를 격려해 주시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믿음이 부족해도 내가 도와줄 테니 넌 해 낼 수 있어!” 여러분도 삶 안에서, 믿음의 놀라운 힘을 발휘해 보시길 바랍니다.
호수 글쓴이
2905호 2025. 12. 28  사랑으로 물들어 가는 가족 이요한 신부 
2904호 2025. 12. 25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요한 1,5ㄱ 참조) 신호철 주교 
2903호 2025. 12. 21  믿고 순종하는 이를 구원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 file 한인규 신부 
2902호 2025. 12. 14  자비롭고 선한 사람 file 손지호 신부 
2901호 2025. 12. 7  방향전환 file 이재석 신부 
2900호 2025. 11. 30  “깨어 준비하고 있어라.” file 김병수 신부 
2899호 2025. 11. 23  모순과 역설의 기로에서 file 김지황 신부 
2898호 2025. 11. 16  가난한 이들은 기다릴 수 없다 file 이상율 신부 
2897호 2025. 11. 9  우리는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file 최정훈 신부 
2896호 2025. 11. 2  우리의 영광은 자비에 달려있습니다 file 염철호 신부 
2895호 2025. 10. 26  분심 좀 들면 어떤가요. file 최병권 신부 
2894호 2025. 10. 19  전교, 복음의 사랑으로 file 김종남 신부 
2893호 2025. 10. 12  우리가 주님을 만날 차례 file 한종민 신부 
2892호 2025. 10. 6  복음의 보름달 file 김기영 신부 
2891호 2025. 10. 5  느그 묵주 가져왔나? file 김기영 신부 
2890호 2025. 9. 28  대문 앞의 라자로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file 정창식 신부 
2889호 2025. 9. 21  신적 생명에 참여하는 삶 file 조성문 신부 
2888호 2025. 9. 14  나를 죽이고 십자가를 지는 삶 file 박재범 신부 
2887호 2025. 9. 7  더 크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file 이재원 신부 
2886호 2025. 8. 31  행복을 선택하는 삶 file 박호준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