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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24 11:07

[강론] 연중 제26주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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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6주일(다해) 강론 – 우리
 

주임신부     2022. 9. 25, 범일성당


 

오늘 복음에 나오는 부자는 도대체 무엇을 잘못해서 죽어서 고통 속에 머물까요? 그는 살아 생전 자신의 울타리에 충실했습니다. 또, 그가 죽은 뒤에서조차도 자신의 형제들을 걱정하는 것으로 볼 때, 살아서도 그는 가족을 사랑했음이 틀림없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상에서 열심히 살았기에 부자도 되었는데, 부자가 되는 것 자체가 죄는 아니지요. 그리고 또 자기 집 문앞에 있던 라자로라는 가난한 이를 특별히 해코지 한 적도 없고, 갈 곳 없는 라자로가 부자집 문 앞에 계속 머물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부자가 무엇을 잘못했다는 것일까요?... 그의 고통이 참으로 컷기에, 그 부자는 그의 다섯 형제만이라도 이 고통스러운 곳에 오지 않게 청하기조차 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는 그렇게나 힘든 고통 속에 머물 수밖에 없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무관심’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될 수 있겠습니다. 그 부자는 분명히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게 충실했습니다. 하지만, 남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는 것이 그의 잘못이었음을 오늘 복음을 가르쳐 줍니다. ‘대문’이라는 이름으로 드러나고 있는 그 장벽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대문 안은 우리, 대문 밖은 남, 남은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 이런 사고방식이 결국 무관심을 낳게 했으며, 그 결과는 결국 고통 속에 머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표현도 생각나게 됩니다.


 

신앙적 측면에서, 무관심을 낳게 한 ‘장벽’과 관련하여 생각해 봅시다. 만일 나 혼자만을 생각한다면, 이는 하나의 장벽이요 나 아닌 남들에 대해서는 무관심을 낳게 해 버립니다. 만일 자신이 속한 단체만 생각하는 것 또한 하나의 장벽과 무관심을 낳을 위험이 있겠습니다. 요즈음 우리나라 정치의 모습에서도 이 장벽이 보입니다. 내 편이 아닌 반대편은 모두 잘못되었다는 생각, 그래서 한 마디 말의 표현에 대한 해석도 자기네들 중심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여 버리는 이런 참으로 기가 차고 잘못된 모습들이 우리 교회 안에서는 없었으면 합니다.
 

하느님의 자녀이신 여러분,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아버지이시고 우리 모두는 그분의 자녀임이 분명하지요. 나 혼자만이 그분의 자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내가 모르는 그 누구, 우리 옆집의 가난한 이도, 우리 뒷집의 병든 어르신도 모두 하느님께서 만드셨고, 모두가 그분의 자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모두에게 똑같은 햇빛을 주시고 똑같은 비를 내려주고 계심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우리’라는 이 말 안에는 이미 ‘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넓은 의미에서의 ‘우리’를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자주 바치는 주님의 기도에서 보이는 첫 문장은 ‘하늘에 계신 나의 아버지’가 아니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입니다. 기도문에서도 드러나는 이 표현이 나의 머리와 가슴에, 그리고 나의 올바른 기도로서 남아있길, 그래서 무관심과 고통이 아닌 사랑과 평화 속에 계속 머무는, 그런 우리 모두 되길 바래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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