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722호 2022. 9. 11 |
---|---|
글쓴이 | 탁은수 베드로 |
탁은수 베드로 / 광안성당 · 언론인
fogtak@naver.com
수확의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나누는 추석입니다. 예부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며 추석의 정취를 나눴습니다. 자주 듣던 말이지만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다.”라는 표현이 참으로 절묘합니다. 남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는 상태. 더 가지기 위해 욕심부리는 것이 아니라 필요가 충족되면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 추석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농업혁명, 산업혁명 등으로 ‘남는 것’이 생기면서 인류는 문명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비극의 싹도 함께 키웠습니다. 남는 것을 많이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의 ‘계급’이 생겼습니다. ‘남는 것’을 더 가지기 위한 마음은 ‘남의 것’을 탐내는 욕심으로 이어졌고 착취와 전쟁의 원인이 됐습니다. 더 많이 남기기 위해 효율과 경쟁만이 강조되면서 자연과 사람의 가치를 외면하는 일도 생깁니다. 언제부터인가 쓸모없는 사람이란 뜻의 ‘잉여인간’이라는 자조에 가득 찬 말이 쓰이기도 합니다.
태어날 때 우리는 하느님이 주신 생명 외에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었습니다. 우는 것밖에 할 수 없던 내가 다른 이의 도움으로 이 세상을 살게 됐으니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머리카락 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내가 수많은 질병, 재난과 재해, 사건사고 속에서 하루를 무사히 살아 내는 건 어쩌면 기적에 가까운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감사의 마음 대신 더 큰 집, 더 큰 차를 욕심내느라 시간을 보냅니다. 몇 번 입지 않는 옷, 다 먹지 못할 음식을 쌓아두기도 일쑤입니다. 비만과 기아의 걱정이 공존하는 불공정함을 교황께서는 잔인한 현실이라고 지적하셨습니다.
이 세상 소풍을 마치고 하느님께 돌아갈 땐 누구나 다 빈손일 겁니다. 남는 것, 남의 것 욕심내며 살았다면 이 세상 소풍이 아름다웠다고 하느님께 말할 수 있을까요? 먹고사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지만 하느님은 새들도 먹이시고 풀꽃도 입히십니다. 추석이 은혜로운 건 만족함을 알기 때문입니다. 또 수확을 맺게 한 하늘과 이웃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인생의 가을쯤을 지나는 지금, 내 인생의 결실은 무엇일까 생각해 봅니다. 해답을 찾진 못 했지만 집이나 차가 아닌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분수를 알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추석처럼 산다면 그렇게 사는 나를 하느님께서는 인자한 미소로 안아주실 것 같습니다.
호수 | 제목 | 글쓴이 |
---|---|---|
2744호 2023. 2. 12 | 주님, 어떻게 해야 합니까? | 탁은수 베드로 |
2742호 2023. 1. 29 | “남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주어라.”(마태 7,12) | 김도아 프란체스카 |
2741호 2023. 1. 22 | 너희도 준비하고 있으라 | 최영순 분다 |
2740호 2023. 1. 15 | 야유와 조롱 대신 따뜻한 말 한마디를 | 우세민 윤일 요한 |
2737호 2022. 12. 25 | 기적을 만들기에 딱 좋은 크리스마스 | 박선정 헬레나 |
2736호 2022. 12. 18 | 귀는 열고, 눈은 뜨고! | 원성현 스테파노 |
2735호 2022. 12. 11 | 지금은 서로 사랑할 때입니다 | 이동소 베네딕다 |
2734호 2022. 12. 4 | 아픈 세대를 위한 미안함과 위로 그리고 연대 | 이영훈 신부 |
2731호 2022. 11. 13 |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제6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 담화(요약) | 프란치스코 교황 |
2730호 2022. 11. 6 | 우리는 시노달리타스(Synodalitas)적 삶을 살고 있습니까? | 최재석 사도요한 |
2729호 2022. 10. 30 | 향기로운 가을 | 김희님 마리아 |
2727호 2022. 10. 16 | 자비 | 윤경일 아오스딩 |
2726호 2022. 10. 9 | 아름다우신 성모님 | 강은희 헬레나 |
2725호 2022. 10. 2 | 하느님께서는 부서진 것들을 사용하십니다 | 신정민 데레사 |
2723호 2022. 9. 18 | 순교자의 빛나는 그 마음 |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
2722호 2022. 9. 11 | 매일매일 추석처럼 | 탁은수 베드로 |
2721호 2022. 9. 4 | 베풂의 사랑 | 김상원 요셉 |
2720호 2022. 8. 28 | “하루에 5분이라도 하느님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 이수민 마리스텔라 |
2719호 2022. 8. 21 | “누가 우리의 이웃일까요?” | 조광우 신부 |
2718호 2022. 8. 14 | 아름다움은 부활을 통해 나타나는 생명의 길. 기적으로 나타난다. | 박옥위 데레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