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음, 기다림, 받아들임

가톨릭부산 2022.09.07 11:02 조회 수 : 37 추천:1

호수 2722호 2022. 9. 11 
글쓴이 강지훈 신부 

찾음, 기다림, 받아들임


 
강지훈 신부 / 서면성당 주임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무려 세 개의 비유를 연이어 들려주십니다. 그 까닭은 세리들과 죄인들을 가까이한다는 이유로 예수님을 비난했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 때문이었습니다. 그 당시 세리들과 죄인들은 철저한 배제의 대상이었기에 그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음식을 함께 먹는 등 교류하는 일은 지탄받아 마땅한 행동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뜻은 그들과 달랐고, 바로 오늘 비유들을 통해 주님의 자비와 용서의 참된 의미를 우리에게 생생하게 가르쳐 주십니다.
 
   처음 두 개의 비유는 비슷한 구조와 내용으로 단순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백 마리의 양 중에서 한 마리를 잃었다가 뒤쫓아 가서 되찾은 사람과 은전 열 닢 중 한 닢을 잃어 온 집안을 샅샅이 뒤져 찾아낸 부인이 그 기쁨을 가까운 사람과 함께 나누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리고 각 비유의 마지막에는 회개하는 한 사람 때문에 하늘에서 기뻐한다는 말씀으로 마무리됩니다. 이는 참으로 회개하는 이들과 그들을 되찾고자 하시는 하느님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와는 다르게 되찾은 아들의 비유, 예전엔 탕자의 비유라 불렸던 유명한 마지막 비유는 주제는 같지만 훨씬 더 세밀하고 풍성하게 기술되어 있습니다. 아버지의 재산을 탕진하고 후회하며 돌아오는 작은아들, 그를 용서하고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아버지, 그리고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는 큰아들의 모습은 예수님 시대 당시의 인간 군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합니다. 즉 자신의 죄 때문에 하느님의 벌을 받았다고 생각되어 기피의 대상이었던 병자들, 너무 가난하여 율법의 기본 규정조차 지키기 어려워 죄인으로 분류되었던 이들, 역적과도 같았던 세리들이 회개하며 예수님을 따르고자 하였고 비유의 작은아들은 바로 이들을 상징합니다. 반대로 스스로 의롭다고 자처하면서도 소외된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죄인들을 측은히 여기시며 사랑하셨던 예수님을 비난하던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모습은, 아버지 곁에서 내가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며 동생을 품어주는 아버지를 오히려 비난하던 큰아들의 모습과 같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사랑의 속성이 찾고 기다리며 동시에 적극적인 받아들임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유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우리가 어떤 몫의 삶을 선택해야 할 것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부족하고 완성되지 않은 우리이지만 하느님의 품 안에 머물며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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