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의 이웃일까요?”

가톨릭부산 2022.08.17 10:02 조회 수 : 30

호수 2719호 2022. 8. 21 
글쓴이 조광우 신부 
“누가 우리의 이웃일까요?”


 

조광우 신부 / 노동사목 부본부장

free6403@hanmail.net


 
 

      고향 땅을 벗어나 살아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 가까이에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어려움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이웃들이 존재합니다. 바로 이주민들입니다. 그들은 우리 가운데에 머무르는 가장 뚜렷한 이방인이지요.
 

   우리 교구 노동사목에서는 국내의 여러 노동 관련 지원과 연대의 연장선에서 이주민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외국어 미사와 성사를 비롯한 신앙적 지원뿐만이 아니라 생활, 의료, 노동 관련 지원도 하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에는 유학생들이나 다문화 가정이 속해 있고, 외국인 노동자 분들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그중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합법적인 체류의 범위를 벗어난 분들도 존재합니다. 저희는 이분들을 ‘미등록자’라고 칭하고 있지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안 좋은 시선을 보내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사실 이분들이 하는 일들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일들이 태반입니다. 어렵고 지저분하며 위험한 일들, 흔히 3D 업종이라고 부르는 이런 일터들은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이 시대에 오히려 일꾼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영역입니다. 한국인 노동자들은 기피하지만, 한국 사회의 경제에서 밑바닥을 받치고 있는 그 영역을 이분들이 짊어지고 있는 셈이지요.
 

   우리 사회의 가장 힘들고 낮은 자리에서 이분들은 오늘도 일하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합법적인 급여를 받는다 하더라도 고향의 가족들까지 돌봐야 하기에 가난을 면하지 못하는 생활을 하고 있으며, 사회 보장의 테두리 밖에 있기에 기본적인 생활권조차 온전히 보장받지 못합니다. 임금 체불, 부당 해고, 퇴직금 체불 등의 부당함은 수시로 당하고 있으며, 그 외 인종 차별이나 무시를 당하는 일도 매우 많습니다. 
 

   이주민들을 돕고 지원하면서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한 우리 사회의 이면에 그 그림자도 크게 성장했음을 느끼곤 합니다. 과거에 미국 등의 선진국으로 넘어간 한국인들이 겪던 그 고통을, 지금은 한국에 넘어온 이주민들이 마찬가지로 겪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을 이집트에서 끌어내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이방인을 억압하거나 학대해서는 안 된다.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이방인이었다.”(탈출 22,20) 우리는 그리스도인이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하여 복음을 전할 사명을 지니고 있습니다. 여기 우리 곁에 우리 이웃이 있습니다. 이들을 위하여 복음을 전할 따뜻한 사랑이 우리 마음에 피어오르길 기도합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903호 2025. 12. 21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윤석인 로사 
2902호 2025. 12. 14  ‘자선’, 우리에게 오실 예수님의 가르침 원성현 스테파노 
2901호 2025. 12. 7  “이주사목에 대한 교회적 관심을 새롭게” 차광준 신부 
2899호 2025. 11. 23  임마누엘, 나와 함께 하시는 이예은 그라시아 
2897호 2025. 11. 9  2025년 부산교구 평신도의 날 행사에 초대합니다. 추승학 베드로 
2896호 2025. 11. 2  나를 돌아보게 한 눈빛 김경란 안나 
2895호 2025. 10. 26  삶의 전환점에서 소중한 만남 김지수 프리실라 
2893호 2025. 10. 12  우리는 선교사입니다. 정성호 신부 
2892호 2025. 10. 6  생손앓이 박선정 헬레나 
2891호 2025. 10. 5  시련의 터널에서 희망으로! 차재연 마리아 
2890호 2025. 9. 28  사랑은 거저 주는 것입니다. 김동섭 바오로 
2889호 2025. 9. 21  착한 이의 불행, 신앙의 대답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88호 2025. 9. 14  순교자의 십자가 우세민 윤일요한 
2887호 2025. 9. 7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권오성 아우구스티노 
2886호 2025. 8. 31  희년과 축성 생활의 해 김길자 베네딕다 수녀 
2885호 2025. 8. 24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탁은수 베드로 
2884호 2025. 8. 17  ‘옛날 옛적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83호 2025. 8. 15  허리띠로 전하는 사랑의 증표 박시현 가브리엘라 
2882호 2025. 8. 10  넘어진 자리에서 시작된 기도 조규옥 데레사 
2881호 2025. 8. 3  십자가 조정현 글리체리아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