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715호 2022. 7. 24 
글쓴이 가톨릭부산 

내면의 살을 찌우는 노년을 위하여


 

구현자 마리안나
사직대건성당, 사직대건대학 학장



 

   오늘날 우리는 고령화 사회를 넘어 내가 사는 부산은 초고령화 사회를 맞았다. ‘조부모와 노인의 날’을 맞아 노인인 나와 할머니인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조부모로서 나는 어떤 할머니일까, 손주들에게 어떤 할머니로 기억되면 좋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올해 초, 해운대성당에 다니는 4학년인 손주 다니엘이 “할머니, 복사 설 때 가지고 있을 묵주 있으면 2개만 주세요.”해서 ‘아! 그래도 할머니 집에는 묵주가 많고 손에 묵주를 들고 있는 내 모습을 기억하고 있구나’ 싶어 기쁜 마음에 얼른 묵주를 꺼내 주었다.
 

   그리고 우리 가족은 언제, 어디서나 식사 때면 반드시 식사 전 기도와 식사 후 기도를 한다. 손주들이 어릴 때는 고사리손을 모아 어눌한 목소리로 성호경을 읊으며 십자성호의 방향을 거꾸로 할 때도 많았지만 이제는 8살 쌍둥이 손녀들도 익숙하게 기도를 한다. ‘항상 묵주를 손에 들고 기도하시는 우리 할머니’로 손주들의 마음속에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나는 올해 칠순이니 50년 전이었으면 할머니 중에서도 나이 많은 할머니인데, 친구들과 부산 근교 둘레길을 걸을 수 있고 여행도 다닐 수 있으니, 인생은 칠십부터라고 자신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노년의 삶에서 육체적 건강만 생각했지 영성적인 삶을 위해 자신을 돌아보면서 매일 성경을 읽고 날마다 기도하면서 전례에 참여하는 내면의 삶을 살찌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를 생각해보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친구가 연로한 시어머니를 요양병원에 모시는 일, 치매 친정아버지를 요양병원에 모시는 일 등을 의논할 때 조언을 했을 뿐 직접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을 주어야겠다고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았다. 정부에서도 복지정책을 펴고 있고 성당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펴니 이때 동참하면 그것으로 다 된 것으로 생각하며 살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얼마나 안이하고 교만한 생각인가?
 

   다행히 내 주위에는 차상위계층의 어르신이나 불우한 이웃들이 있으면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자 하는 ‘천사들의 모임’이 있다. 이러한 작은 모임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여 민들레 홀씨처럼 널리 널리 펴져 나가길 기원해 본다. 
 

   내일은 가정에서, 요양원에서,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연로한 분들을 찾아가서 손잡고 기도하며 온유한 사랑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사랑에 동참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드리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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