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714호 2022. 7.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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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원성현 스테파노 |
다움
원성현 스테파노
부곡성당, 부산가톨릭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초등학교 시절에 가족 구성원의 역할을 그림과 함께 배운 기억이 있다. 이 그림에는 아버지는 양복 차림으로 직장에서 일하는 모습, 어머니는 앞치마를 두르고 가정 내의 일을 하는 모습, 자녀들은 학교 수업 시간에 공부하거나 운동장에서 뛰노는 모습이 주로 등장하곤 했다. 이와 같은 그림을 지금 초등학생들에게 제시한다면? 부모뿐 아니라 아마 자녀들조차도 동의하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남녀의 역할 구분에 대한 경계가 무너진 4차 산업혁명 시대로 들어와 있음을 감안할 때 아버지는 경제 활동, 어머니는 가사 활동이라는 전통적 역할 분담 방식은 너무나 시대착오적이고, 실제로 어린 학생들이 그렇게 배워서도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다움’을 요구받으며 살고 있지 않을까? 앞서 말한 대로 아버지다움과 어머니다움 등 가정에서의 역할에 따른 ‘다움’, 남자다움과 여자다움과 같은 성별에 따른 ‘다움’, 선배다움과 후배다움이라는 나이 또는 위계에 따른 ‘다움’. 이 많은 ‘다움’ 중에서 의사다움과 같이 나름의 규범에 의해 속성이 정해져 있는 것도 있겠지만 남자다움, 여자다움과 같이 역할이 정해져 있지 않고 정해져서도 안 되는 ‘다움’에 대해서 그 속성을 정확하게 생각해내기는 쉽지 않다.
나의 직업, 대학생을 가르치는 교수다움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봤다. 일단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본연의 임무이므로 연구했던 것을 잘 정리해서 학생이 잘 알아듣도록 가르치는 것이 기본적인 교수다움이겠지만 그것만 요구되지는 않는 것 같다. 잘 가르치기는 하지만 교육자로서 갖춰야 할 소양, 즉 인품이 형편없다는 말을 들어서도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인간적인 갈등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럴 때마다 교육자이기 때문에 자기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교수답지 않다는 말을 들을까 두려워서다. 그래서 교수사회에서는 누군가와의 갈등에서 교수는 늘 ‘을’일 수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말도 하곤 한다.
주일미사를 봉헌하며 가톨릭 신앙인의 의무를 다하는 동시에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에서도 나름 착하게 살고자 노력은 하고 있지만 막상 하느님의 자녀다움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은 것 같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했던가? 오늘, 더 늦기 전에 그동안 생각해보지 않았던 하느님의 자녀다움은 어떤 것인지 묵상 중에 생각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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