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713호 2022. 7. 10 |
|---|---|
| 글쓴이 | 현애자 로사리아 |
매듭을 풀다
현애자 로사리아 / 개금성당 · 시인, 수필가
aejahyun@hanmail.net
삶이 어렵고 버거울 때, 매 순간 하느님 안에서 살았다. 기도를 통해 받은 위안은 뜨거운 힘이 되어, 병원에서 아픈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도 봉사하며 상담도 했다. 내 나름의 나눔을 실천하는 작은 봉사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미사를 거르는 일이 많아졌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시간적 여유를 은근히 즐겼다. 주일마다 미사는 빠지지 말아야 할 텐데, 하면서도 선뜻 길을 나서지 않았다. 코로나19는 나의 게으름을 치장하고 대변했다. 이러한 시간이 거듭될수록 미사에 가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어 주일이라는 개념도 없이 주일을 보냈다.
그러던 중, 설마가 현실이 되었다. 격리였다. 나는 바이러스의 침범을 받지 않을 거라는 만용, 참으로 어리석었다. 발열과 기침, 두통이 겹치는 심한 오한에 불안까지 덮쳤다. 나도 모르게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었다.
코로나를 핑계 삼았던 나의 행위는 냉담 그 자체였다. 마음에는 항상 성당에 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으나, 그것을 보기 좋게 뭉갠 코로나는 나를 실제로 압박하는 무기가 되어 일주일 격리라는 통보를 받게 했다.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묵직한 돌덩이라도 올려놓은 듯 답답하고 복잡한 마음은 나날이 계속되었다. 가족들은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했으나 내 마음에는 통증이 심했다. 집안일 등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할 테니 꼼짝 말고 쉬라고 했으나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의 진통은 깊었다. 그동안, 주일미사를 안 간 핑계들이 줄줄이 떠올라 나를 부끄럽게 하였으니 십자가 앞에서도 눈을 뜰 수 없었다.
잊으려고 몸을 고단하게 해야 했다. 책을 정리했다. 곳곳에 성경 쓰기를 했던 흔적들이 드러났다. 그리고 성무일도, 9일 기도, 봉헌을 위한 33일간의 기도 등 수두룩한 책들이 눈길을 끌었다. 외면할 수 없는 진실에 다시 무릎을 꿇었다. 하느님께 돌아가고 싶은 간절함에 휩싸였다.
코로나를 통해 나를 발견했다. 십자가 앞에서 멍하게 앉았거나 때론 눈물을 흘리거나 기도를 하며 지냈다. 해제 통보를 받던 날, 자정은 길었다. 날이 밝으면 제일 먼저 성당으로 가리라.
이 모든 것을 극복하게 해 주신 주님께 찬미 영광드립니다.
| 호수 | 제목 | 글쓴이 |
|---|---|---|
| 2902호 2025. 12. 14 | ‘자선’, 우리에게 오실 예수님의 가르침 | 원성현 스테파노 |
| 2901호 2025. 12. 7 | “이주사목에 대한 교회적 관심을 새롭게” | 차광준 신부 |
| 2899호 2025. 11. 23 | 임마누엘, 나와 함께 하시는 | 이예은 그라시아 |
| 2897호 2025. 11. 9 | 2025년 부산교구 평신도의 날 행사에 초대합니다. | 추승학 베드로 |
| 2896호 2025. 11. 2 | 나를 돌아보게 한 눈빛 | 김경란 안나 |
| 2895호 2025. 10. 26 | 삶의 전환점에서 소중한 만남 | 김지수 프리실라 |
| 2893호 2025. 10. 12 | 우리는 선교사입니다. | 정성호 신부 |
| 2892호 2025. 10. 6 | 생손앓이 | 박선정 헬레나 |
| 2891호 2025. 10. 5 | 시련의 터널에서 희망으로! | 차재연 마리아 |
| 2890호 2025. 9. 28 | 사랑은 거저 주는 것입니다. | 김동섭 바오로 |
| 2889호 2025. 9. 21 | 착한 이의 불행, 신앙의 대답 |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
| 2888호 2025. 9. 14 | 순교자의 십자가 | 우세민 윤일요한 |
| 2887호 2025. 9. 7 |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 권오성 아우구스티노 |
| 2886호 2025. 8. 31 | 희년과 축성 생활의 해 | 김길자 베네딕다 수녀 |
| 2885호 2025. 8. 24 |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 탁은수 베드로 |
| 2884호 2025. 8. 17 | ‘옛날 옛적에’ |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
| 2883호 2025. 8. 15 | 허리띠로 전하는 사랑의 증표 | 박시현 가브리엘라 |
| 2882호 2025. 8. 10 | 넘어진 자리에서 시작된 기도 | 조규옥 데레사 |
| 2881호 2025. 8. 3 | 십자가 | 조정현 글리체리아 |
| 2880호 2025. 7. 27 | 나도 그들처럼 그렇게 걸으리라. | 도명수 안젤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