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과 자기비움

가톨릭부산 2022.05.25 11:34 조회 수 : 37

호수 2707호 2022. 5. 29 
글쓴이 김종남 신부 

겸손과 자기비움

 

 
김종남 신부 / 거제동성당 주임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예수님의 승천은 언제 어디서나 살아계시는 하느님 사랑을 체험하게 하신다. 그 체험은 모자라고 부족한 내 안에 예수님이 살아계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고 사랑의 계명을 우리가 온전히 살아가게 한다. 왜냐하면 예수님의 승천은 하느님께서 인간을 사랑하시는 또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 승천 사건은 거저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주님의 겸손과 자기비움을 통해 이루어진 사건이다. 
   예수님께서 태초에 아담과 하와의 원죄로 인해 하느님과 멀어졌던 인간을 다시금 연결시켜주셨다. 하느님과 인간을 이어주는 다리의 역할을 수행하신다. 그리고서는 당신은 뒤로 물러나신다. 자신의 공덕을 내세우려 하지 않으신다. 예수님께서는 그 역할로 만족하시고 더 욕심내지 않으시고 그냥 떠나신다. 대신 우리를 영원히 사랑하기 위해 성령께 그 자리를 내어드린다. 이같은 주님의 한없는 겸손과 자기비움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 사랑의 결실이 바로 성령인 것이다.
 
   세상의 어느 누가 자신의 자리를 이처럼 선뜻 내어줄 수 있겠는가? 권력의 최상위를 차지하려고 누군가를 짓이겨야 하고, 한 번 쥐어진 권력을 절대 내려놓지 않으려고 아귀다툼하는 처절한 세상이다. 이처럼 세상은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발악하지만 예수님은 그 자리에 미련을 두지 않으시고 빈자리를 내어놓으신다. 일생을 사랑과 겸손의 한결같은 삶으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세상에 보여주셨다. 우리도 예수님을 닮아 ‘희생과 자기비움’의 삶을 통해 세상에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전해야 한다. 내 것만을 꽉 움켜쥔 채 하느님의 사랑을 전할 수는 없다. 화목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하다. 한 사람의 일방적인 희생이 아니라 가정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가 자신의 것들을 비워낼 때 가능한 것이다. 서로의 약점을 참고 받아들이는 그리스도의 희생을 우리가 살 때 가능한 것이다. 
 
   사랑을 위해 나 자신의 묵은 껍질을 벗는 아픔을 때로는 살아가야 한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자녀답게 살기 위해 끊임없이 우리 자신을 비우고, 그 빈 공간을 사랑의 열매인 성령으로 채워가는 것. 그것이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길임을 기억하자. 그것이 그리스도 당신께서 우리 안에 영원히 살아계심을 세상에 전하는 길임을 기억하자.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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