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를 버려두지 마소서.”

가톨릭부산 2022.05.18 10:08 조회 수 : 31

호수 2706호 2022. 5. 22 
글쓴이 한종민 신부 

“저희를 버려두지 마소서.”

 

 
한종민 신부


 
저희를 버려두지 마소서.
   지난 2020년 3월 27일 저녁,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텅 빈 베드로 광장에서 홀로 기도하셨다. 코로나 19로 고통받고 있는 인류와 이에 맞서는 모든 이들을 위한 기도였다. 이어서 교황님은 모든 성사가 멈춘 세계 교회를 향해서 성체강복을 거행하시고, 전대사를 베푸셨다.

 
희망의 노래.
   같은 해 4월, 한 테너가 노쇠한 몸을 이끌고 아무도 없는 밀라노 대성당, 제대 뒤편에 섰다. 그의 전성기 노래를 부르며 코로나19로 고통받는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전한다. 안드레아 보첼리다. 그는 이어서 성모님의 도움을 청하며 “아베 마리아”를 봉헌한다. 그는 앞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천천히 그 몸을 이끌고 성당 광장에 섰다. 역시 아무도 없는 텅 빈 광장이다.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노래한다. 화면은 모든 것이 멈춘 유럽의 텅 빈 거리를 비춘다.

 
보호자 성령.
   오늘 주님은 제자들에게 보호자 성령 하느님을 알려 주신다. 제자들을 알지 못하지만, 주님은 알고 계신다. 당신의 빈자리를 채워주실 분이다. 주님은 “평화”를 약속하신다. 주님의 평화는 세상이 경험하지 못한 평화다. 우리도 그 평화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다만 신앙의 길에서 느낄 뿐이다.

 
   코로나19 이후 우리 신앙, 우리 삶 모두가 불확실하다. 성사가 멈추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을 지냈고, 종식될 기미가 없어 보인 감염병은 이제 우리 일상이 되었다. 확실한 그 무엇이 없는 코로나 이후의 시간 앞에 주님은 보호자 성령 하느님을 깨닫게 하신다. 늘 계신 그분을 일깨워주신다. 불확실한 현실에 두려워하지 않도록 보호자 성령 하느님의 현존을 전해주신다. 그 깨달음은 우리를 희망으로 인도한다. 불안하지만 희망을 향해서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다.

“하느님의 영광이 그곳에 빛이 되어 주시고 어린양이 그곳의 등불이 되어 주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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