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705호 2022. 5. 15 
글쓴이 김기영 신부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김기영 신부 / 부산성모병원 행정부원장


 
   오늘 요한 복음은 최후의 만찬 때,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남기신 사랑의 새 계명을 전해줍니다. 안타깝게도 스승을 배반하고 나갔던 유다는 주옥같은 새 계명을 듣지 못했습니다. 십자가 수난을 앞둔 예수님은 고난의 시간을 통해 하느님과 사람의 아들이 서로를 영광스럽게 하리라 알려주십니다. 왜냐하면, 아드님은 인류의 죄를 대속할 십자가를 짊어짐으로써 인간에게 당신 스스로를 빵으로 내어주신 하해(河海) 같은 창조주의 사랑과 자비를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이 새 계명은 사랑의 이중계명, “한 분이신 하느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라”(마르 12,29-31 참조)는 말씀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우리를 어떻게 사랑해 오셨는지 그 길을 지도처럼 보여줍니다. 공생활 중 매일같이 치유와 구마, 복음 선포의 바쁜 일정 속에서도 새벽녘이나 늦은 밤중에 짬을 내어 기도하시며, 사랑의 원천이신 아버지 하느님과의 일치 안에 머무르셨습니다. 그 시간은 어제와 변함없이 오늘도 새롭게 나를 사랑하시기 위해 당신 자신을 충전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신앙생활 중에 종종 선의로 한두 번 공동체 안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도 쉬이 동료들 간의 불화나 주변 상황의 악화로 ‘어휴, 이만하면 됐지, 내가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하며 실망스러운 한숨을 내쉬곤 합니다. 그럴 때 나를 통해 예수님께서 먼저 일하시고, 하늘나라를 위해 나 또한 영광스럽게 해주고자 하시는 당신만의 큰 계획이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버지께서 당신에게 맡기신 사명을 다하게 해주십사고, 홀로 외딴곳에서 바위를 책상 삼아 손 얹고 기도하셨던 그 모습을 떠올리며 우리도 기도손을 모을 때 분명 힘을 주시리라 믿습니다.
 
   우리 병원 원무과 앞에는 TV루르드가 있습니다. 직접 순례 오기 힘든 이들을 위해 24시간 루르드 동굴을 생중계해주는 유튜브 채널입니다. 언젠가 루르드 순례를 갔을 때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동굴 앞 벤치에 앉아 기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병원 의자에 앉아 의사의 진료를 기다리는 분들의 마음도 그와 같으리라는 생각에 마련한 공간입니다. 그분들이 아픈 마음을 글로 적어 기도함에 넣으면 그 지향을 안고 미사를 봉헌합니다. 분명 영혼의 의사이신 예수님께서 그들을 더없는 사랑으로 안아주시고, 그들이 사랑을 위해 살아가도록 다시 일으켜주시리라 믿습니다. 아멘!
호수 제목 글쓴이
2877호 2025. 7. 6  말씀 전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 file 정상천 신부 
2876호 2025. 6. 29  흔들린 고백 file 천경훈 신부 
2875호 2025. 6. 22  새 계약 file 신문갑 신부 
2874호 2025. 6. 15  하느님의 얼굴 file 조영만 신부 
2873호 2025. 6. 8  보호자시여, 저희의 닫힌 문을 열어주소서! file 권동국 신부 
2872호 2025. 6. 1.  승천하신 예수님, 저희도 하늘로 올려 주소서 file 이상일 신부 
2871호 2025. 5. 25.  “너희가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아버지께 가는 것을 기뻐할 것이다.” file 맹진학 신부 
2870호 2025. 5. 18.  예수님처럼 사랑하기 file 권동성 신부 
2869호 2025. 5. 11.  내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신 하느님! file 박규환 신부 
2868호 2025. 5. 4.  치유, 회복 그리고 부활 file 김영환 신부 
2867호 2025. 4. 27.  토마스 사도 덕분에 file 이창신 신부 
2866호 2025. 4. 20.  부활은 희망입니다 file 손삼석 주교 
2865호 2025. 4. 13.  행한 것이 남는다. file 장용진 신부 
2864호 2025. 4. 6.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file 김태환 신부 
2863호 2025. 3. 30.  감옥에 갇힌 이들 file 송현 신부 
2862호 2025. 3. 23.  무화과나무 한 그루와 나 file 한윤식 신부 
2861호 2025. 3. 16.  산 아래로 다시 내려와서 file 강지원 신부 
2860호 2025. 3. 9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file 장민호 신부 
2859호 2025. 3. 2  다 배우고 나면 내 눈 안에 들보가 있음을 알게 될까요? file 김동환 마티아 신부 
2858호 2025. 2. 23  ‘뭐, 인지상정 아니겠나...’ file 오종섭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