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61호 2015.1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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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홍경완 신부 |
본당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데, 힘들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좀 지친 것 같습니다. 활동을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될까요?
홍경완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mederico@cup.ac.kr
복음의 포도나무와 가지의 비유를 답으로 드립니다. 나무가 열매를 맺기 위해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물이나 거름이 아니라 열매가 맺히는 가지입니다. 너무 당연한 이 답이 기본인데, 당연하다고 가지는 제쳐두고 수분이나 영양분만 생각합니다. 신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인으로 살아가기 위한 우선적인 조건은 그분의 가지가 되어 머무는 일입니다. 신앙은 본디 예수님께서 우리를 하느님께 열도록 그분께 맡겨드리는 수동적 행위이며, 그분을 붙잡고 매달리며, 그분 안에 머물러 살아가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이게 수동적이지만은 않습니다. 가지는 나무에 붙어 있으면서 광합성을 하고, 물을 빨아들이도록 뿌리를 재촉합니다. 이 행위는 대단히 능동적이며 창조적인 행위입니다. 수동 안에 능동이 있습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 안에 머물러 있으면, 그분이 나를 움직이십니다. 그런데 그렇게 움직이게 하려면 우선 머물러야 합니다. 본당활동이라는 열매에만 매달리다 보면 금방 지치고 맙니다. 그걸 막는 방법은 끊임없이 머무르는 연습을 하는 것뿐입니다. 활동할 수 있는 힘이 거기서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지금 지쳤다 생각되면 가지를 자를 것이 아니라 그 분 안에 수동적으로 머물러 계십시오. 머무르면 하느님께서 능동적으로 충전해 주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