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하는 성가정을 꿈꾸며

가톨릭부산 2015.12.23 10:08 조회 수 : 134

호수 2361호 2015.12.27 
글쓴이 오지영 젬마 

감사하는 성가정을 꿈꾸며

오지영 젬마 / 시인 gemma784@hanmail.net

  관면혼을 통해 우리는 가정을 이루었다. 그리고 아들과 딸을 얻었으며 누구나가 꿈꾸는 행복한 가정을 그리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성가정을 닮으려 노력하고 있다. 아마도‘가정’이라는 단어처럼 따뜻한 말은 없을 것 같다. 온 가족이 모여서 시간을 보내고 기도하고 사랑하는 그런 가정이라면 더 좋을 것 같다.
  얼마 전 아이들이 결혼기념일에 맞추어 가족여행을 제안했다. 네 명의 시간을 하루만 함께 하자고 했다. 예약을 했다. 그런데 남편이 덜컥 다리를 다치게 되었다. 연총 때 축구를 했는데 인조잔디구장에서 넘어져 무릎골절상으로 8주 진단이 나왔다. 낭패였다. 단순하게 생각했던 상처가 의외로 심각했다. 엑스레이만 찍으면 될 줄 알았는데 MRI까지 찍고 나니 외상보다는 연골에 문제가 있었다. 다행히도 연골주사를 통해 수술까지는 가지 않았고 깁스와 입원을 했다.‘하느님 감사합니다’가 절로 나왔다.
  한집에 살면서도 서로의 시간이 다르다 보니 식탁에 네 명이 모여 앉기란 쉽지가 않다. 출, 퇴근 시간이 다르니 대화가 없어지고 모이는 시간에도 핸드폰에 열중한다. 공동의 기도시간도 없이 그렇게 살았다. 말을 숨기고 살았다. 남편의 하는 일이 힘들어지면서 웃음이 사라졌고 서로에게 믿음보다는 불만이 쌓여갔다. 그러나 표현하지 않았고 침묵으로 일관했다. 고해성사를 보지만 마음은 편하지가 않았다.
  그렇게 흘러간 시간들이 남편의 입원과 하루일정의 가족여행을 통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기도는 더 애틋해졌다.
  배를 타고 넓은 바다를 보면서 성모님의 성가정을 닮으려 기도를 했다. 2시간이 주어지는 대마도의 여행은 구경하는 관광도 아니요, 잠을 자는 숙박여행도 아니다. 가슴속에는 설렘과 가족의 소중함이 뒤엉켜 때로는 찔끔찔끔 눈물이 나오기도 했다. 시간이 짧다 보니 점심도 간단히 먹었고 뛰다시피 돌아왔는데 온몸은 피곤함보다 기쁨이 충만함을 느꼈다. 남편은 다리가 불편했는데도 마음은 편안해 보였다.
  돌이켜보면 모든 게 감사할 일인데도 불구하고 필요할 때만 찾는 하느님이 내 안에 계셨던 것 같다. 가족이라고 하지만 서로의 마음속에 이기심을 품고 살아왔던 건 아닐까.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요한 6, 68) 우리 가정의 모토다.
  셀카에 우리 가족을 담으며 웃음을 날리고 온 하루지만 감사하는 성가정을 이루어 가리라 간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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