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밥상공동체

가톨릭부산 2015.12.23 10:02 조회 수 : 166

호수 2361호 2015.12.27 
글쓴이 고원일 신부 

함께하는 밥상공동체

고원일 안드레아 신부 / 서면성당 주임

  가족, 가정이란 말을 들으면 어릴 적 한 식탁에 모여 함께 밥을 나누던 모습이 따뜻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가족의 행복, 가족의 웃음을 포기하고 살아온 가정은 없습니다. 누구나 살아가는 목적의 제일 처음에 두는 것이 가족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가족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옛날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진 것은 사실인데 경제적인 풍요를 지키기 위해 더 소중한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풍요를 위해서 각자 편한 시간에 따로 밥을 먹고 따로 시간을 가지고 가족의 대화는 이벤트가 됩니다. 자식들에게는 부모님이 있는 집보다 빈 집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그런 가족이 되어 버렸습니다.
  자녀가 공부에 재능이 있다 생각되거나, 반대로 현실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생각되면 그 자녀를 위해 유학을 보냅니다. 가족은 이별하게 됩니다. 기러기가 되고 펭귄이 됩니다. 자식들의 장래를 위해서 가족은 흩어져 살아가게 됩니다.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하고 선택한 방법이겠지만 함께하는 가족보다 더 중요한 결정이었는지는 계속해서 돌아보게 되는 아쉬움입니다.
  오늘의 가정은‘함께’라는 단어가 어색한 가정들이 많이 있습니다. 한집에 살면서도 따로 살고,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가끔 연락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가정, 다 이유는 있겠지만 정말 포기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손님과 같은 아버지 어머니가 아닌, 함께 밥을 먹고 살을 부대끼며 눈과 눈을 마주 보며 사랑을 나누는 아버지 어머니가 있는 가정이라 생각합니다.
  자식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눈물 흘리면서도 따끔하게 꾸짖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합니다. 세상살이 살아가기 힘들다고 함께하는 가정을 포기하는 삶이 되어서도 안 될 것이며, 물질적인 풍요나 특별한 이벤트에 만족하여 일상의 따뜻함을 포기하는 그런 가정 또한 안 될 일입니다.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은 마구간을 통해 시작했고, 그날로 이집트로 피신을 하였어도 그들은 함께였기에 행복했고 희망이 있었던 것입니다. 모든 가족이 함께 아침과 저녁 밥상에 둘러앉아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성가정의 시작입니다. 우리들이 지금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간들이 가족들의 눈과 눈을 마주하며 함께 밥을 나누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들인지 함께 묵상하는 한 주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97호 2025. 11. 9  우리는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file 최정훈 신부 
2896호 2025. 11. 2  우리의 영광은 자비에 달려있습니다 file 염철호 신부 
2895호 2025. 10. 26  분심 좀 들면 어떤가요. file 최병권 신부 
2894호 2025. 10. 19  전교, 복음의 사랑으로 file 김종남 신부 
2893호 2025. 10. 12  우리가 주님을 만날 차례 file 한종민 신부 
2892호 2025. 10. 6  복음의 보름달 file 김기영 신부 
2891호 2025. 10. 5  느그 묵주 가져왔나? file 김기영 신부 
2890호 2025. 9. 28  대문 앞의 라자로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file 정창식 신부 
2889호 2025. 9. 21  신적 생명에 참여하는 삶 file 조성문 신부 
2888호 2025. 9. 14  나를 죽이고 십자가를 지는 삶 file 박재범 신부 
2887호 2025. 9. 7  더 크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file 이재원 신부 
2886호 2025. 8. 31  행복을 선택하는 삶 file 박호준 신부 
2885호 2025. 8. 24  ‘좁은 문’ file 이영훈 신부 
2884호 2025. 8. 17  사랑의 불, 진리의 불 file 이영창 신부 
2883호 2025. 8. 15  마리아의 노래-신앙인의 노래! 김대성 신부 
2882호 2025. 8. 10  그리움, 기다림, 그리고 깨어있는 행복! file 김대성 신부 
2881호 2025. 8. 3  “만족하십시오.” file 이재혁 신부 
2880호 2025. 7. 27  “노인(老人)=성인(聖人)” file 정호 신부 
2879호 2025. 7. 20  마르타+마리아=참으로 좋은 몫 file 이균태 신부 
2878호 2025. 7. 13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file 계만수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