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곳에 임하시는 예수님

가톨릭부산 2015.12.23 09:56 조회 수 : 184

호수 2360호 2015.12.25 
글쓴이 손삼석 주교 

낮은 곳에 임하시는 예수님

총대리 손삼석 요셉 주교

  주님의 성탄을 앞둔 이즈음에 세상은 참으로 어지럽습니다. 전쟁, 테러, 난민, 기아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크나큰 고통을 당하고 있고, 강대국과 약소국, 부자와 빈자, 강자와 약자의 간격과 골이 어느 때보다 넓고 깊습니다. 2천 년 전에 오신 예수님께서는‘평화의 왕’으로 오셔서 우리에게 생명과 구원을 주셨는데, 오늘날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은 생명을 경시하고 평화보다 전쟁을 원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예수님의 모습과 흔적을 찾아보기가 힘든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모두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심과 자신만이 잘났다고 하는 교만에서 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세상 사람들은 흔히 남들보다 조금 더 낫다고 해서 남들을 업신여기고, 남들보다 조금 더 똑똑하다고 해서 남들을 깔보고 가르치려 듭니다. 인류의 구세주이신 예수님께서는 자신을 낮추시어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하느님이신 그분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바로 우리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습니다. 서기 200년경까지 사신 리옹의 주교 이레네오 성인은 예수님의 강생을 묵상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이 인간이 되신 것은 인간으로 하여금 신이 되게 하기 위해서이다.” 당신은 스스로를 낮추시어 우리와 동등한 지위까지 내려오셨지만, 이 낮춤은 오히려 우리들을 당신의 원래 위치에까지 올려 주신 결과를 낳았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의 위치에 오르려면 결국 우리가 낮아져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만 높아지려고만 하니 예수님을 만나지 못합니다. 낮은 데로 임하신 분을 높은데서 찾고 있으니 그분을 만나 뵙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낮아져야만 합니다. 날마다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려는 자신을 자비와 겸손과 사랑으로 꾹꾹 누르지 않으면 그분을 뵙지도 못하고 만날 수도 없습니다. 부자가 빈자에게 다가가고, 강자가 약자에게 손을 내밀고,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고 비우고 겸손해져야만 이 세상에 예수님이 주신 진정한 평화가 구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로니모 성인(347~420년)은 예수님의 성탄을 한평생 자신의 화두로 삼고 사셨던 분이십니다. 그래서 그 성인은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베들레헴에 있는 동굴에서 서기 386년부터 돌아가신 420년까지 34년간을 은거하면서, 한편으로는 히브리어로 된 구약성경과 그리스어로 된 신약성경을 라틴어로 번역하고 수도를 하셨습니다. 바로 이 예로니모 성인이“아무리 성탄이 수백 번 계속된다 해도 여러분 각자 마음 안에 예수님께서 탄생하지 않으신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성탄을 쉬흔 번도 넘게 맞이하여도 나 자신 거듭나지 않고선 누릴 수 없는 명절이여!”라고 노래한 시인도 있습니다.(구상,‘성탄을 쉬흔 번 넘어’)
  다른 여느 해보다 더 어렵고 심란한 가운데 맞는 주님의 성탄이 어쩌면 우리에게 더 깊은 의미를 주는 성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주님의 강생의 신비를 더 깊이 묵상하고 주님께 더 가까이 가려고 노력을 해야 하겠지요?

호수 제목 글쓴이
2377호 2016.04.10  부활, 제 차례지 말입니다 장용진 신부 
2376호 2016.04.03  이런 일 김태환 신부 
2375호 2016.03.27  예수님은 당신 부활로 우리에게 생명과 희망을 주십니다 손삼석 주교 
2374호 2016.03.20  하느님과 인간의 마음이 다름 김두유 신부 
2373호 2016.03.13  용서의 사람임을 기억하자 송제호 신부 
2372호 2016.03.06  ‘작은아들’과 나 한윤식 신부 
2371호 2016.02.28  포도 재배인의 마음 강지원 신부 
2370호 2016.02.21  거룩함의 빛 김형길 신부 
2369호 2016.02.14  광야란? 장민호 신부 
2368호 2016.02.07  말씀을 따르는 베드로 김동환 신부 
2367호 2016.01.31  하느님 은총을 마음껏 누리면서 살아갑시다 오종섭 신부 
2366호 2016.01.24  스스로 자비의 도구가 되어... 전열 신부 
2365호 2016.01.17  피는 물보다 진하다 원정학 신부 
2364호 2016.01.10  세례성사의 의미 신기현 신부 
2363호 2016.01.03  자비로운 주님의 빛 장훈철 신부 
2361호 2015.12.27  함께하는 밥상공동체 고원일 신부 
2360호 2015.12.25  낮은 곳에 임하시는 예수님 손삼석 주교 
2359호 2015.12.20  성모 마리아는 순례의 길을 걸으시고 박갑조 신부 
2358호 2015.12.13  기뻐하시는 주님 노우재 신부 
2357호 2015.12.06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 최재현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