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지금 어디에?

가톨릭부산 2022.03.23 11:07 조회 수 : 23

호수 2698호 2022. 3. 27 
글쓴이 탁은수 베드로 
예수님은 지금 어디에?

 
 
탁은수 베드로 / 광안성당 · 언론인
fogtak@naver.com

 
   사순 시기를 보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수님은 지금 어디에 계실까요?” 성경을 따라 추정해보면 2천 년 전 이즈음, 예수님께서는 최후를 맞이하실 예루살렘으로 입성하시기 전 갈릴래아 지방의 여러 마을에서 하느님을 전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다가올 수난과 죽음을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거기에다 바리사이 사람들의 음모와 믿었던 제자의 배신, 노골적인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청년 예수는 지금 어떤 심정일까요? 사순절은 예수님께서 공생활에 나서시기 전 광야에서 40일을 보내신 고통을 기억하는 시기입니다. 아무도 없는 광야에서 배고픔과 목마름에 시달리며 유혹과 시련에 빠진 청년 예수. 지금 예수님께서는 고통 속에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머무셨던 광야는 메마른 골짜기가 가파르게 이어진 버려진 땅, 내리쬐는 태양을 피할 곳 없고 갈증과 허기를 해결할 수 없는 시련의 장소입니다. 세상과 단절된 절대 고독의 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인간이 하느님을 찾고 의지하는 보호와 은총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세상과 멀어지고 하느님과 만나는 친교의 장소입니다. 그곳에서 예수님께서는 세상의 것을 채워주겠다는 악마의 유혹을 단호히 물리치시고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십니다. 그래서 광야는 세상 대신 하느님을 선택하는 영적투쟁의 장소이며 세상의 노예가 되는 절망 대신 하느님의 구원을 희망하는 극적인 변화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불교에서는 인생을 고통의 바다라고도 합니다. 전쟁과 역병으로 세상은 지금 큰 고통에 빠져있습니다. 마실 물조차 없는 빈곤의 반대쪽에 음식 쓰레기가 넘쳐나는 극심한 불균형과 무너져가는 지구를 보면 욕심으로 황폐해진 광야가 점점 넓어지는 것 같습니다. 사람됨을 팔아야하는 경쟁을 재촉하고 승자만을 인정하는 세상은 점점 이익과 욕심의 노예가 되기를 강요하는 것 같습니다. 거짓과 탐욕이 득세하는 황량한 세상의 광야에서 우리는 어떻게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요?
 
   사순절은 광야의 절망을 희망으로 단련하는 시기입니다. 세상의 것을 주겠다는 악마의 유혹을 단호히 끊어내야 구원의 희망과 하느님 세상의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침묵과 기도, 명료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나약한 내가 교활한 악마의 유혹을 견뎌내기가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두렵지 않은 건 광야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으신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미 광야 체험을 성공적으로 마치신 예수님께서 계시니 그분께 길을 묻고 그 길을 따라가면 될 일입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75호 2025. 6. 22  “당신은 내 빵의 밀알입니다.” 강은희 헬레나 
2874호 2025. 6. 15  할머니를 기다리던 어린아이처럼 박선정 헬레나 
2873호 2025. 6. 8  직반인의 삶 류영수 요셉 
2872호 2025. 6. 1.  P하지 말고, 죄다 R리자 원성현 스테파노 
2871호 2025. 5. 25.  함께하는 기쁨 이원용 신부 
2870호 2025. 5. 18.  사람이 왔다. 김도아 프란치스카 
2869호 2025. 5. 11.  성소의 완성 손한경 소벽 수녀 
2868호 2025. 5. 4.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랑하십시오. 김지혜 빈첸시아 
2865호 2025. 4. 13.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안덕자 베네딕다 
2864호 2025. 4. 6.  최고의 유산 양소영 마리아 
2863호 2025. 3. 30.  무리요의 붓끝에서 피어나는 자비의 노래 박시현 가브리엘라 
2862호 2025. 3. 23.  현세의 복음적 삶, 내세의 영원한 삶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61호 2025. 3. 16.  ‘생태적 삶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순례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60호 2025. 3. 9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25년 사순 시기 담화 프란치스코 교황 
2859호 2025. 3. 2  ‘나’ & ‘우리 함께 together’ 김민순 마리안나 
2858호 2025. 2. 23.  예수님 깨우기 탁은수 베드로 
2857호 2025. 2. 16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최경련 소화데레사 
2856호 2025. 2. 9.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안경숙 마리엠마 수녀 
2855호 2025. 2. 2  2025년 축성 생활의 날 담화 유덕현 야고보 아빠스 
2854호 2025. 1. 29  이 겨울의 시간 윤미순 데레사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