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配慮)

가톨릭부산 2022.02.23 11:15 조회 수 : 20

호수 2694호 2022. 2. 27 
글쓴이 원성현 스테파노 
배려(配慮)

 
 
원성현 스테파노 / 부곡성당
부산가톨릭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40대 초반에 얻은 고혈압과 50대 중반에 얻은 당뇨를 더 늦기 전에 다스려볼 심산으로 온천천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 길을 하루 10km 정도씩 1년 가까이 타니 체중, 혈압 및 혈당이 눈에 띄게 낮아졌고 건강해졌음을 확실히 느낀다. 요즘은 한의사 친구의 권고를 받아들여 하루 5km 정도씩 온천천의 산책로를 꾸준히 걷고 있노라니 건강은 고려하지 않고 그동안 왜 그렇게 치열하게 살았나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든다.
 
   자전거를 타다 보니 평소 보행자였을 때는 몰랐던 사실, 자전거 타는 사람에게는 보행자 길과 자전거 길을 무심코 넘나드는 보행자들이 큰 위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발로 걷는 보행자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멈추면 사고를 피할 수 있지만 바퀴로 가는 자전거는 오히려 멈췄을 때 사고 가능성이 훨씬 높고, 보행자가 보행자 길로 가다가 자전거 길로 들어설 때는 반드시 앞뒤를 살펴야 하지만 대부분의 보행자들은 보지 않고 들어서기 때문에 자전거 타는 사람은 당황하여 급히 멈추면서 사고가 유발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편, 보행자 입장에서 산책로를 걷다 보면 맞은편에서 2~3명이 함께 걸어올 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산책로는 2명 정도가 교행 가능하게 좁게 만들어져있기 때문에 상대편에서 여러 명이 평행으로 걸어오면 내가 산책로를 이탈해서 자전거 길로 들어서야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고, 대화하며 나란히 걸어오는 사람들이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그들이 일시적으로 양보해야 마땅한데도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배려’에 대해 생각해봤다. ‘도와주거나 마음을 씀’이라는 따뜻한 말이긴 하지만 막상 이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각자의 영역과 자신의 길을 잘 지키는 것’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비단 교회에서뿐 아니라 가정, 직장, 학교, 동호회 등 우리가 살아가는 여러 공동체에서 살아갈 때도 자신의 생각만으로 상대에게 뭔가를 해주려하기보다는 오히려 각자의 영역과 자신에게 정해진 길을 잘 지키면 불필요한 갈등이 없을 것이고, 서로 편안해지리라는 생각이다. 이제 새 학기가 얼마 안 남았으니 캠퍼스로 돌아오는 학생들과의 관계에서부터 시작해봐야겠다.
호수 제목 글쓴이
2905호 2025. 12. 28  하느님의 무기 조영만 신부 
2903호 2025. 12. 21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윤석인 로사 
2902호 2025. 12. 14  ‘자선’, 우리에게 오실 예수님의 가르침 원성현 스테파노 
2901호 2025. 12. 7  “이주사목에 대한 교회적 관심을 새롭게” 차광준 신부 
2899호 2025. 11. 23  임마누엘, 나와 함께 하시는 이예은 그라시아 
2897호 2025. 11. 9  2025년 부산교구 평신도의 날 행사에 초대합니다. 추승학 베드로 
2896호 2025. 11. 2  나를 돌아보게 한 눈빛 김경란 안나 
2895호 2025. 10. 26  삶의 전환점에서 소중한 만남 김지수 프리실라 
2893호 2025. 10. 12  우리는 선교사입니다. 정성호 신부 
2892호 2025. 10. 6  생손앓이 박선정 헬레나 
2891호 2025. 10. 5  시련의 터널에서 희망으로! 차재연 마리아 
2890호 2025. 9. 28  사랑은 거저 주는 것입니다. 김동섭 바오로 
2889호 2025. 9. 21  착한 이의 불행, 신앙의 대답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88호 2025. 9. 14  순교자의 십자가 우세민 윤일요한 
2887호 2025. 9. 7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권오성 아우구스티노 
2886호 2025. 8. 31  희년과 축성 생활의 해 김길자 베네딕다 수녀 
2885호 2025. 8. 24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탁은수 베드로 
2884호 2025. 8. 17  ‘옛날 옛적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83호 2025. 8. 15  허리띠로 전하는 사랑의 증표 박시현 가브리엘라 
2882호 2025. 8. 10  넘어진 자리에서 시작된 기도 조규옥 데레사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