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91호 2022. 2. 6 
글쓴이 계만수 신부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계만수 신부 / 서동성당 주임


 
  밤새도록 어부들은 고기를 잡으려고 하였지만 한 마리의 고기도 낚지 못합니다. 지친 몸을 추슬러 이제 슬슬 철수하려고 하였는데, 한 사람이 다가와서 조금 더 깊은 데로 가서 다시 한번 그물을 던져 보라고 합니다.
 
   일생을 고기 잡는 일만 해왔던 고기잡이 전문가들에게 이 말은 꼭 자신들을 무시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사람이 누구길래 우리 보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지? 좋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밑져 봐야 본전이니까 한번 그물이나 던져보자.’
 
   진짜 아무 생각 없이 던진 그물이었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많은 고기가 낚인 것은 정말 처음입니다. 이런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일을 경험하면서 어부들은 정말 놀라고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베드로와 제자들의 태도입니다. “와 오늘 땡잡았네, 오늘 돈 좀 벌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놀라운 이 사건을 통해서 제자들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봅니다. 이런 마음의 표현이 베드로의 입을 통해 드러납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루카 5,8ㄴㄷ) 베드로는 주님께 자신을 떠나 달라고 부탁드리지만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이 모든 것을 걸고 주님을 따르게 됩니다. 고기를 많이 낚은 기적보다 더 큰 기적은 바로 베드로와 동료들이 모든 것을 걸고 주님을 따른 것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함으로써 그들의 삶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요구하는 일들이 황당하고 당황스럽고 부담스럽게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이때마다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외면하거나 배척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놀랍고 두렵게 느낄 만큼 주님은 우리를 쓰시기 위해 새로운 기적을 준비하고 계십니다.
 
   주님은 우리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하셨지만 우린 그 결과에 집착한 채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게을리할 때가 많습니다. 베드로와 제자들처럼 우리 자신을 먼저 살펴보면서 모든 것을 걸고 주님을 따를 수 있는 신앙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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