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83호 2021. 12. 25 
글쓴이 신호철 주교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늘 우리와 함께 계심을
우리가 알게 하시려고 사람이 되셨습니다.

 
신호철 주교 / 교구 총대리


 
  성탄은 단순히 주님의 생일을 축하하는 축제가 아닙니다. 태어나신 아기는 세상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시고 묻히시고 부활하실 것입니다. 구원의 역사에서 성탄은 파스카 사건의 본격적인 시작을 의미합니다. 신경과 다른 기도문을 낭송할 때 주님의 육화를 언급하는 대목에서 깊은 절을 하여 경의를 표하는 것도 바로 그 대목에서 파스카 사건에 대한 언급이 시작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생명의 근원이요 구원의 원천이십니다. 하느님 곁에 있는 사람은 죽을 수 없으며 영원한 생명으로 충만해집니다. 하느님께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생명으로 가득한 구원의 상태에 머물며, 반대로 하느님에게서 멀어질수록 생명을 잃고 멸망하게 됩니다.
 
   우리 인간은 하느님께서 어디 계신지 스스로 알 능력이 없으며 안다고 해도 하느님께로 나아갈 힘이 없습니다. 오직 하느님께서 당신이 어디 계신지 알려주시며 우리를 당신께로 이끄시는데, 이것이 구원 은총입니다. 하느님은 인간과 세상을 지극히 사랑하시어, 당신을 향해 오라고 손짓만 하시지 않고, 당신 친히 온전히 세상 한가운데서 사람과 함께 머무십니다.
 
   하느님은 영적인 분이셔서 사람들은 함께 계시는 하느님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으시니 사람들은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다고 속단하면서 곁에 계신 하느님을 외면하고, 인간 홀로 외로이 살아간다고 여기며 절망에 빠져 죄를 짓고, 그렇게 하느님에게서 스스로 떨어져 나가 멸망의 나락으로 빠져들어 갔습니다.
 
   그래서 하느님은 당신의 온 존재를 아드님이신 말씀에 담아 그 말씀이 사람으로 태어나게 하셨습니다. 사람이 되신 말씀은 눈에 보이는 당신을 보는 것이 하느님을 보는 것이며 하느님은 늘 곁에 계시고 하느님 나라가 이 세상에 와 있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사람이 되신 말씀을 보면서 눈에 보이는 모습만 볼 뿐이었으며 그분이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심을 깨닫지는 못하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말씀께서는 우리를 위해 목숨을 바쳐 희생하시면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를 보여주셨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시어 당신의 육신을 다시 눈에 보이지 않게 하심으로써 사람이 되셨던 말씀이 원래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이심을 드러내셨습니다. 그래서 말씀이 사람이 되어 나타나시기 전부터도 이미 하느님께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으로 늘 우리 곁에 계셨다는 것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오늘은 주님 성탄 대축일입니다. 우리에게 한 아기가 태어나셨으며, 이 아기를, 장차 이분이 이룰 파스카 사건을 기억하면서 바라볼 때, 우리는 이 아기가 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이 세상 끝날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계시는 성부 하느님이시요 부활하신 주님이시며 파라클리토스 성령이심을 알게 됩니다.
 
   성령께서 늘 함께 계심을 영적으로 느끼며 사는 그리스도인들은 결코 외로워하거나 절망에 빠지지 않으며, 슬플 때에 위로를 받고, 힘들 때 도움을 받으며, 위험에서 보호를 받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늘 우리와 함께 계시는 ‘임마누엘’이십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들은 함께 계시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그 말씀을 마음에 품고 그 말씀이 명하시는 바를 지키며 살아갑니다. 이 세상에 살면서도 이미 하늘나라에 속한 ‘하느님의 백성’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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