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리구 신앙과 말씀의 해신앙수기 공모전 입선작

 

영적 생명은 시련과 고통을 통해 성숙합니다.

 

삼산성당 박정수 알로이시아

 

제 나이 일흔 중반이 되도록 많은 인생의 굴곡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건강을 허락해 주시고, 부족하지만 이 글 또한 쓸 수 있게 해 주신 주님과 성모님께 감사드리며 저의 신앙을 고백해 보려고 합니다.

1995, 그 당시 저희는 어린 자녀들과 빠듯한 살림에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까지 시장에서 행상을 하며 생계를 유지해 왔습니다. 이런 일들을 매일 쉬지 않고 반복하다 보니 어느 날 밤 갑자기 쓰러져서 응급실에 실려 가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울산에는 전문 의료진이 부족해서 부산으로 이송되어 심장협심증이라는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과 일반병실 등을 오가며 여러 차례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그냥 약물로 치료해 보겠다고 하셨지만 호전되기는커녕 갑자기 입술이 새파랗게 되며 숨을 멈추기를 반복해 이런 모습을 보고 있던 가족들과 병문안 오신 분 모두 절망의 눈으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절망하지 않고 마음을 다잡고 오로지 주님께 매달렸습니다.

마태오복음 91-8절이 생각나 중풍 병자도 고치시고 많은 병자를 치유해 주신 주님께 저의 병을 고쳐 주십사고 한없이 눈물 흘리며 기도로 하느님께 애원하였습니다. 지나온 과거의 자만심, 허영심, 상처투성이인 한 인간을 용서해 주실 것을 간청하였습니다.

우리의 기도를 거절하지 않으시는 주님께서 기도에 응답해 주시어 건강이 많이 회복되었고 지금까지 베풀어 주신 자비와 은총으로 자녀 모두 결혼해서 슬하에 손자 손녀들과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천지창조 때부터 무궁무진한 권세와 세력을 가지신 분이심을 가슴으로 체험한 경험도 고백해 봅니다. 학력도 높지 않은 제가 20123월부터 성경필사를 시작해서 201410월에 완필하게 되었고, 많은 분들에게 축하와 격려를 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필사를 하며 제일 기억에 남는 구절 중 하나인 다니엘 3장을 보면 불길이 가마 위로 높이 마흔아홉 암마나 치솟아 올라도 주님의 천사는 가마 속 아자르야와 동료들 곁으로 내려와 불길을 가마 밖으로 내몰고 가마 복판을 이슬 머금은 바람이 부는 것처럼 만들었다. 그들은 모두 불에 닿지도 않고, 아프거나 괴롭지도 않았다. 사람들아, 위대하신 그분의 업적들을 찬송하고 찬양 하리라. 과연 인간으로 생각할 때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바로 제가 한 일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저는 해내었고, 이것 또한 주님의 은총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성경 말씀에서 제시해 준 이 시대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하느님의 자녀로 걸맞게 살 것을 다짐해 보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이렇게 좋은 신앙의 경험을 이어가던 중, 저는 더 나이 들기 전에 성지순례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심장수술도 하고, 건강도 좋지 않은 제가 20166월부터 주님의 말씀을 담아 111곳 성지순례길에 올라 20187월에 완주 하였습니다. 선조들의 숨결이 머무는 땅을 걸어갈 때 신앙인의 치열함을 배웠고 신앙 선배님들께서 겪은 말과 행동이 새로워지는 은혜도 받았습니다. 순례를 하며 제 마음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성인이 두 분 있습니다.

우리나라 첫 번째 성직자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께서는 이국땅으로 가 신부가 되어 돌아오셨지만 결국은 조선 땅에서 모진 고문과 박해를 당해야 하는 두려움에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주님을 믿지 않겠노라 배교한다고 그 말 한마디만 하셨더라면 목숨을 부지하였을 것을...

그리고 순례하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성인은 제주도로 귀양을 갔던 정난주 마리아입니다. 어린 아들 경한을 추자도 갯바위에 놓고 본인은 제주도 노비로 귀양길에 올랐는데, 남편 황사영 알렉시오는 경기도에 안장되었고 아들 경한은 한 어부의 눈에 띄어 낯설고 외로운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하여 추자도 산꼭대기에 안장되어 있었습니다. 어린 아들과 헤어져야만 했던 모성애가 너무 가슴 아프고 비통하였습니다.

이 위대하고 용감한 순교자들이 계셨기에 우리들은 지금 이렇게 편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순교자들의 영광을 본받아 악과 싸워 꼭 당신들을 뵈올 수 있도록 빌어 봅니다.

제 나름대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던 저에게 뜻하지 않은 불행이 또 찾아왔습니다. 20199월에 갑자기 동네 병원에서 폐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기 위하여 서울병원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지병 심장협심증이 있으니 마취 중에 심장이 멈추어서 사랑하는 가족과 영원히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가슴을 조려야만 했고, 가족들도 모두 초조한 마음으로 수술실 밖에서 꼬박 한나절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의 기도와 주님의 크신 은총 덕분으로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잘 회복되어 지금은 레지오 단장직을 맡아 기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고난과 역경을 주님의 은총으로 이겨낸 저로서는 모든 것을 정리해서 주님 뜻에 오롯이 맡기며 덤으로 주신 은총을 잘 사용하며 살아가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 10, 단풍이 곱게 내려앉는 좋은 계절에 4남매와 함께 충청남도 갈매못 성지에 순례를 갔습니다. 열심한 아이들도 있지만 수년간 냉담 중에 있는 자녀들도 있어 그저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거룩하고 은총 가득한 날이었습니다. 거룩한 미사도 참례하고 성사도 보고, 행복한 시간을 누렸습니다. 새파란 가을 하늘과 순교 성인분들을 배경으로 예쁘게 사진 찍어 책자로 만들어진 선물도 자녀들에게서 받았습니다.

 

제 인생에서 얻은 이 모든 기쁨과 감사를 모두 주님께 돌립니다. 저의 신앙을 되돌아 보면 영적 생명은 시련과 고통을 통해서 성숙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남겨진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어깨 토닥이며 고맙고 행복했다고 인사 남기고 싶습니다. 주님께서 건강과 시간을 허락해 주신다면 연도회 선종 봉사자 일원으로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리며 남은 여생 주님께서 부르시는 그날까지 신앙인답게 살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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