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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5 10:33

[강론] 제132주년 본당의 날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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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주년 ‘본당의 날’ 강론 - ‘수용’과 ‘변화’
 

주임신부   2021. 12. 5, 범일성당


 

우리 교구 신부님들 사이에서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한편의 한자어 사자성어’와도 같이 느껴지는 이 말을 소개해 드릴 테니, 그 뜻이 무엇인지를 여러분께서도 알아 맞추어 보십시오. : <‘범언삼청’이면, ‘밀중초동’이요. ‘동신서복’이면, ‘광양온구’라.> 이는 무엇을 뜻할까요?... 힌트를 드리면, 이 말들은 우리 교구 성당들 이름의 첫 글자들로 꾸며져 있습니다. : ‘범언삼청’이면 → 범일, 언양, 삼랑진, 청학 / ‘밀중초동’이요 → 밀양, 중앙, 초량, 동래 / ‘동신서복’이면 → 동항, 신선, 서대신, 복산 / ‘광양온구’라 → 광안리, 양정, 온천, 구포성당이라는 뜻입니다.


 

그럼 이 성당 이름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바로, 우리 교구 내 본당 설립의 순서입니다. ‘‘범언삼청’이면’으로 시작하는데, 가장 첫 번째로 나오는 단어가 ‘범’입니다. 범일성당이라는 말이지요. 130여개가 넘는 우리 교구 본당들, 나아가 우리 교구를 넘어서 마산교구까지를 포함한, 부산, 울산, 경남 지역 전체에서 첫 번째로 설립된 본당이 바로 범일성당임을, 즉 우리 성당이 부울경 지역 모든 성당들의 ‘종가집’임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종가집’인 이곳 범일성당 설립 132주년을 기념하는 오늘 ‘본당의 날’을 맞아, 우리는 본당 주보이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전례를 봉헌하는 가운데, 성모님께서 우리 본당을 위해 계속 전구해 주시길 청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본당이 있기까지 함께 해 주시고 도움을 주신 수많은 은인들, 평신도분들, 수도자분들, 그리고 성직자 분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남기며, 세상을 떠나신 분들에 대해서는 그분들의 영원한 안식을 청하게 됩니다.


 

몇 일 전, 저는 본당 초창기에 머무셨던 신부님들의 모습을, 그분들께서 직접 펜으로 쓴 본당 사무실 보관함에 있는 문서들인, 교적과 증명서등을 통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라틴어로써 일일이 작성된, 본당 신자분들의 교적, 혼배와 장례 문서 등을 보면서, 그 당시 신부님들의 성실함과 참으로 멋진 글씨체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본당 초창기 모습의 사진들과 거기 남겨진 날짜들을 보면서, 그 당시 신자분들의 열심한 신앙 모습을 만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현재 이곳 본당의 제38대 주임신부로 임하고 있는 저의 생각으로는, 본당 역사의 흐름과 관련하여, 그 내용이 지금으로는 비록 사소한 듯 보이는 것조차도, 누군가 사명감을 가지고 후대를 위해 기록들로 반드시 남겨두어야만 한다고 보며, 여러분께서 이를 꼭 기억해 주시길 요청 드리고 싶습니다.  


 

교형자매 여러분,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우리 본당 선배님들의 성실성과 열심함 앞에서 더불어 생각나는 점은, ‘그렇다면, 주어진 지금 이 자리를 자리매김하는 우리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우리는 당연히 되물어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지금 모습이 본당 발전 여부를 가늠하게 하며, 분명히 우리 후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몇 일 전, 그 유명한 BTS가 미국 LA에서 공연을 하여 대박을 터뜨렸는데, 그 때 그들의 슬로건을 보니, ‘전통과 미래’였습니다. 전통을 존중하며 미래를 향한다는 뜻이지요. 그러한 면이 우리 본당에도 필요하리라 생각하며, 우리 본당에도 ‘수용과 변화’가 요구된다고 봅니다. 이전의 신부님과 사무실에서는 펜으로써 글을 남겼다면, 지금은 컴퓨터로 입력하며 이렇게 강론 원고도 아이패드를 이용하는 세상입니다. 판공성사표는 이제 종이를 사용하지 않고 개인 바코드를 사용합니다. 미사 중에 해설자는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기계로써 모니터 화면을 넘겨주기에, 사실 ‘해설자’라는 표현보다는 전례 흐름을 원활하게 해 주는 ‘전례 봉사자’라는 표현이 더 걸맞겠습니다. 전례용 오르간도 옛날의 바람 넣는 풍금이 아니라 전자식이며, 더 나아가 컴퓨터식으로 바뀌는 추세입니다. 각종 기도문들도 그 내용은 같으나, 오늘날에 맞는 우리말 표현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사실, 본당의 모습만 이렇게 변한 것이 아니지요. 우리의 일상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흑백 TV는 볼 수 없는 세상이고, 집 전화는 점점 없어지며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이용합니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도, 주로 교통카드를 사용합니다. 물건을 사는 것도 인터넷으로 검색 비교하여 주문하면, 그 다음날 물건이 집 앞에 도착하는 세상입니다. 그러다 보니, ‘라떼는 그랬는데’, ‘아재 개그’ 또는 ‘꼰데 이미지’ 등은 피해야 할 모습이 되었고, 2030세대, 즉 청년 세대를 끌어안고 그들 눈높이에 맞추어야 하는 세상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런 세상 속의 우리는 ‘전통과 미래’를 동시에 생각하는 가운데, 아름다운 전통이라면 ‘수용’하고, 좋은 미래를 위해서라면 ‘변화’했으면 합니다.  


 

우리 본당의 주역이신 교형자매 여러분, 오늘 본당의 날을 맞으며 감사의 마음과 더불어 함께 축하를 나눕니다. 바라건데, 더 아름답고, 더 멋지며, 더 발전하는, 그렇게 하느님 뜻에 맞갖은 우리 ‘종가집’ 본당 공동체가 되도록, 우리의 주어진 각 자리에서도 기도하고 노력하며 이를 실천에 옮기는 그런 우리들이길 기원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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