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이방인들

가톨릭부산 2021.12.01 11:14 조회 수 : 2397

호수 2680호 2021. 12. 05 
글쓴이 이영훈 신부 
행복을 전하는 이방인들

 
이영훈 신부 / 노동사목
free6403@hanmail.net 



 
   언제부턴가 우리 밥상은 풍족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쉽게 먹지 못했던 것을 이제는 맛도 좋을 뿐 아니라 저렴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저렴하고 질 좋은 농수산물을 먹을 수 있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최근 코로나로 인해 일손이 많이 부족하다는 소식과 함께 특히 농어촌의 일손 부족으로 농수산물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농어촌 노동력 대부분을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존하고 있는 구조적 상황에서 그들이 코로나로 입국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인건비가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이 보도를 접한 후 저는 잠시 동안이었지만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물가 안정’에 필요한 ‘수단’으로 보는 관점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을 한낱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너무나 불편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가 인정하지 않더라도 이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결코 사회의 부수적 존재가 아닙니다! 물론 이들이 없어도 우리는 농수산물을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매우 비싸게 먹어야 합니다. 농어촌 현장 노동의 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의 장시간-저임금 노동으로 우리가 풍성한 밥상을 받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을 단지 ‘인건비 절감’과 ‘물가 안정’을 위한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폐기의 대상은 음식이나 남은 물건만이 아닙니다. 인간 존재도 흔히 폐기의 대상이 되고는 합니다.”(『모든 형제들』 19항)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누군가의 아픔과 고통에 무관심한 그리고 자신만의 풍요에 빠져있는 ‘이기적인 과소비’에 대해 경고하십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자기만족만을 위한 목적과 그 목적이 충족되면 관심도 가지지 않고, ‘버리는 물건’처럼 취급하는 우리 인식에 교황님께서는 죽비를 내리치십니다. 
 
   오늘도 우리는 정성으로 차려진 밥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는 단순히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맛봅니다. 행복을 전하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동하는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매일 우리에게 행복을 전하는 그들을 외국인 그리고 노동자 이전에 ‘인간’이자 ‘하느님의 자녀’, ‘우리의 형제자매’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65호 2025. 4. 13.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안덕자 베네딕다 
2864호 2025. 4. 6.  최고의 유산 양소영 마리아 
2863호 2025. 3. 30.  무리요의 붓끝에서 피어나는 자비의 노래 박시현 가브리엘라 
2862호 2025. 3. 23.  현세의 복음적 삶, 내세의 영원한 삶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61호 2025. 3. 16.  ‘생태적 삶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순례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60호 2025. 3. 9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25년 사순 시기 담화 프란치스코 교황 
2859호 2025. 3. 2  ‘나’ & ‘우리 함께 together’ 김민순 마리안나 
2858호 2025. 2. 23.  예수님 깨우기 탁은수 베드로 
2857호 2025. 2. 16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최경련 소화데레사 
2856호 2025. 2. 9.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안경숙 마리엠마 수녀 
2855호 2025. 2. 2  2025년 축성 생활의 날 담화 유덕현 야고보 아빠스 
2854호 2025. 1. 29  이 겨울의 시간 윤미순 데레사 
2853호 2025. 1. 26  우리가 사랑할 때 윤경일 아오스딩 
2852호 2025. 1. 19  2027 세계청년대회 WYD가 시작되었습니다! file 한미현 에스텔 
2851호 2025. 1. 12  우리와 같으신 그분 강은희 헬레나 
2850호 2025. 1. 5  새 마음, 새 각오 원성현 스테파노 
2848호 2024. 12. 29  우리 가정에 예수님 모시기 이준혁 사무엘 & 강선희 루치아 
2846호 2024. 12. 22  들음의 성모님을 만나다 오지영 젬마 
2845호 2024. 12. 15  나의 신앙 일지 서현우 요셉 
2844호 2024. 12. 8  “그 누구도 죽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이영훈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