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전하는 이방인들

가톨릭부산 2021.12.01 11:14 조회 수 : 2399

호수 2680호 2021. 12. 05 
글쓴이 이영훈 신부 
행복을 전하는 이방인들

 
이영훈 신부 / 노동사목
free6403@hanmail.net 



 
   언제부턴가 우리 밥상은 풍족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쉽게 먹지 못했던 것을 이제는 맛도 좋을 뿐 아니라 저렴하게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저렴하고 질 좋은 농수산물을 먹을 수 있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계십니까? 
 
   최근 코로나로 인해 일손이 많이 부족하다는 소식과 함께 특히 농어촌의 일손 부족으로 농수산물의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농어촌 노동력 대부분을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존하고 있는 구조적 상황에서 그들이 코로나로 입국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인건비가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이 보도를 접한 후 저는 잠시 동안이었지만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물가 안정’에 필요한 ‘수단’으로 보는 관점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을 한낱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우리 사회의 시각이 너무나 불편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는 우리가 인정하지 않더라도 이제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 되었습니다. 결코 사회의 부수적 존재가 아닙니다! 물론 이들이 없어도 우리는 농수산물을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매우 비싸게 먹어야 합니다. 농어촌 현장 노동의 거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의 장시간-저임금 노동으로 우리가 풍성한 밥상을 받고 있지만 우리는 그들을 단지 ‘인건비 절감’과 ‘물가 안정’을 위한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폐기의 대상은 음식이나 남은 물건만이 아닙니다. 인간 존재도 흔히 폐기의 대상이 되고는 합니다.”(『모든 형제들』 19항)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누군가의 아픔과 고통에 무관심한 그리고 자신만의 풍요에 빠져있는 ‘이기적인 과소비’에 대해 경고하십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자기만족만을 위한 목적과 그 목적이 충족되면 관심도 가지지 않고, ‘버리는 물건’처럼 취급하는 우리 인식에 교황님께서는 죽비를 내리치십니다. 
 
   오늘도 우리는 정성으로 차려진 밥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우리는 단순히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을 맛봅니다. 행복을 전하는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동하는 외국인 노동자입니다. 매일 우리에게 행복을 전하는 그들을 외국인 그리고 노동자 이전에 ‘인간’이자 ‘하느님의 자녀’, ‘우리의 형제자매’로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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