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의 잉태

가톨릭부산 2021.12.01 11:12 조회 수 : 17

호수 2680호 2021. 12. 05 
글쓴이 김영환 신부 

환희의 잉태

 
김영환 신부 / 사직성당 주임


 
  2020년 8월 오랜 교구청 소임을 마치고 10년 만에 본당 발령을 받았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본당으로의 발령이기에 ‘실컷 사랑하며, 축복을 나누며 살아야지’ 하는 바람과 함께 많은 계획과 목표를 품고 소임지로 왔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계획은 인간의 몫이지만 이루시는 것은 하느님이시라.’ 도착한 그날부터 오늘까지 한 번도 마스크를 벗지 못했습니다. 그로 인해 양 냄새를 풍기며 사랑을 나누기는커녕 양과 목자가 서로 얼굴 한 번 제대로 못보며 1년 반 가까이를 살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기도 합니다. 사랑은 더디건만 아쉬운 시간은 흘러만 가고 그에 맞춰 조급증은 늘어나던 어느 날의 묵상 중 다음과 같은 아쉬움이 떠올랐습니다.
 
   “끝 모를 이 코로나 상황. 끝없이 폭행을 당하고 있는 하느님 나라. 그리고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사라지고 있는 교회. 이 가운데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만 할까?” (아마 모든 사제들이 그런 고민을 하셨을 것입니다.)
 
   그렇게 스스로의 무기력함과 무능함을 들여다 보아야만 했습니다. 그때 제 마음속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냥 너의 삶을 열심히 살아. 내 안에서… 그러면 희망을 보게 될 거야.”
 
   아! 또다시 깨닫습니다. 주님의 사랑은 늘 항상 제 안에 용기와 희망 그리고 꿈을 심어두시고 살아갈 힘을 주시며 가꾸고 계심을 말입니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더 고개 숙여 기쁨의 미소로 화답하며 감사드릴 뿐입니다.
 
   대림! 주님의 탄생을 기다리는 이 은혜롭기 그지없는 환희의 신비! 이 대림의 한가운데를 지내는 우리 모두 그 주님의 사랑에 다시 한번 더 감탄하고 감사하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허락해 주실 그 환희를 가슴 깊이 잉태하며 희망의 기다림으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보이지도 않는 작은 바이러스로 더 갈라져 버린 우리 삶의 골짜기, 경제적 어려움으로 높아진 산과 언덕, 굽고 거칠어진 갈라짐과 헤어짐이 더 커진 세상이지만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심어두시고 물 주신 희망과 믿음 그리고 사랑이라는 백신과 치료제가 성탄의 선물이 되길 소망해 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오는 의로움의 열매를 가득히 맺어, 하느님께 영광과 찬양을 드릴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제2독서, 필립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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