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이 다시 불타오르기를

가톨릭부산 2021.09.15 11:00 조회 수 : 41

호수 2669호 2021.09.19 
글쓴이 김형길 신부 

신앙이 다시 불타오르기를

 
김형길 신부 / 가르멜수녀회 상주


 
   유교적 정신문화가 너무 이론적이고 의례적이라는 점에 회의를 느낀 사람들이 중국에서 들여온 책을 통해 천주교를 알게 되었습니다. 몇몇 사람들이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던 중 이승훈이 북경으로 가서 세례를 받습니다. 돌아와서는 스스로 성직자가 되어 세례를 주고 나름대로 신앙생활을 하던 중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이후에 성직자를 모셔옵니다. 
 
   조선대목구 설정 후 기해박해로 많은 성직자와 신자들이 순교하여  성직자가 없는 상태에서도, 신자들은 신앙생활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그 후 김대건 신부님과 함께 성직자들이 입국했으나 김대건 신부님은 1년도 채 되지 않아 순교합니다.
 
   우리 신앙 선조들은 100년 동안의 박해기간 중 50년 이상 성직자 없이도 스스로 신앙을 굳게 지켰습니다. 선교사 없이 시작된 한국 교회, 성직자 없이 오랫동안 신앙을 지킨 교회, 교리 지식도 부족하고 성사도 충분히 받지 못한 한국 교회 신자들은 놀라운 신앙을 소유하고 증거한 분들이었습니다.
 
   순교하기가 그리 쉬운 것인가요? 결코 아닙니다.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배교도 할 수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보기만 봐도 치가 떨리는 고문을 당하고 시퍼런 칼날에 목이 잘리는 것을 보고도 순교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 고귀한 순교의 피가 이 땅에 떨어져 무수한 신자와 성직자가 생겨났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통해 세상에 무수한 그리스도인들이 생겨났듯이 우리 순교자들의 피로 인해 수많은 신자들과 성직자들과 교회들이 생겨났습니다.
 
   가끔 신자들과 함께 옛날을 회상합니다. 1984년 5월 6일 광화문광장에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을 모시고 103위 순교자 시성식을 거행하던 그때를 생각하며 우리 모두가 참 열심했다고 말합니다. 그 열정들이 조금씩 식어가더니 냉담교우들이 많아지고 청소년, 청년들도 사라지고 이제는 장년들도 찾아보기 힘든 노년들의 교회가 되어갑니다. 출산율이 낮고 고령화가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먼저 옛날의 열심을 다시 지닐 수 있으면 신앙이 회복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 신부님들과 신자들이 함께 교회 안에 활기를 불어넣어 식어가는 신앙을 다시 불타오르게 해야 하겠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는 저 역시 많이 반성합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먼저 신앙을 다시 불타오르게 하는 것이 급선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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