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63호 2021.08.08 
글쓴이 장훈철 신부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

 
장훈철 신부 / 야음성당 주임


 
   햇살 가득한 5월, 멀고 먼 아프리카 케냐의 아두 지역에서 선교하시는 이 베니뇨 신부님께서 본당에 도움을 청하러 오셨습니다. 턱없이 부족한 식수를 찾기 위해 여러 번 우물을 파는 동안 실패는 거듭되고 자금은 바닥이 났습니다. 겨우 물길은 찾았지만 먼 성당으로 물을 끌어오기 위해 수로 설치를 해야만 하는 난감한 상황에 맞닥뜨려 있다는 것입니다. 이를 들은 본당의 모든 신자들은 선선하게 마음을 열고 나눔을 실천했습니다. 소식을 전해 들은 몇몇 지인들도 도움의 천사가 되셔서 우물 공사는 중단 위기를 넘기고 다시 진행되었습니다. 
 
   한 달 전 영상으로 소식이 왔습니다. 연결된 수로를 통해 깨끗한 물이 성당에서 쏟아져 나왔고, 물줄기를 맞으며 온 마을 사람들이 축제를 벌이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는 저희 공동체 모두의 기쁨 또한 물줄기처럼 솟구쳐 올랐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더 큰 기쁜 일이 일어났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이상 고온으로 아두 지역 주위 모든 우물이 전부 다 말라서 큰일이었는데 다행히 성당 우물은 깊은 곳에서 올라와 유일하게 그 지역 전체를 살리는 생명수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성당의 물이 아니었으면 이번 여름은 정말 최악의 목마름으로 온 지역이 죽음의 땅이 될 수도 있었지만 우물의 이름 같이 그 지역 사람들에게 ‘위로와 생명의 샘’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있는 빵이다.”(요한 6,41)라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아들을 내어 주시는 큰 사랑으로 우리를 기르시고 지켜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힘을 받은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하느님과 이웃 사랑의 계명과 십자가의 신비로 매일매일 영적인 빵인 성체를 통해 배불리 먹여 주시고 계십니다.
 
   그러기에 영적인 빵을 통해 튼튼해진 우리들은 복음 말씀에 따라 진정 세상에 살아있는 빵으로 살아가야 할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사도행전에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사도 20,35)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우리들은 이미 주님의 사랑을 체험했기에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야함을 고백해 봅니다. 우리는 어렵지만 나눌 수 있습니다. 본당 공동체의 작은 나눔이 케냐 사람들에게 생명의 물을 나누었던 것처럼 우리의 나눔은 누군가에겐 ‘생명’이 되어 전해지니까요. 이것이 진정 주님께서 원하시는 살아있는 생명의 빵으로 살아가는 삶이 아닐까 묵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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