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너를

가톨릭부산 2021.07.28 09:49 조회 수 : 35

호수 2662호 2021.08.01 
글쓴이 김지연 안젤라 
아무것도 너를

 
김지연 안젤라 / 만덕성당


 
   모든 게 즐겁고, 행복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의 인생에 크나큰 시련이 오기 전까지는... 6년 전 그날도 평범한 날이었다. 출근 준비로 여념이 없을 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119구급대원인데요. 아버님이 크게 다치셔서 대학병원으로 이송하고 있으니 빨리 오셔야겠어요.” 머리가 띵. 처음에는 그냥 조금 다치셨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병원에 가보니 정말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모습으로 아버지가 누워계셨다. 추락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서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오늘 큰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불행 중 다행히도 수술은 잘 되었지만 그날부터 아버지는 침상에서 꼼짝도 못 한 채 생활을 하셔야 했다. 어머니도 직장을 그만두시고 아버지 간병에 매달리셨다. 가족들이 정성으로 간병을 하면 빨리 쾌차하시리라 믿었지만 머리를 심하게 다치신 터라 1년이 지나서야 아버지 의식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6년이 흘렀다. 아버지는 예전보단 많이 회복되시긴 했지만 누구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6년이란 시간 우리 가족들에겐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 마음의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내가 감당하기 힘든 큰일들은 계속 터져만 갔다. 모든 것을 내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매달리고 하소연 할 수 있는 분은 하느님뿐이었다. 매일 원망했다. ‘하느님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하지만 다시 일어서야 했다. 우리 가족을 위해 항상 기도한다고, 힘내라고 손을 꼭 잡아주시는 신부님, 수녀님, 교우분들이 계셨기에 더욱더 힘을 내야 했다. 아버지 사고 직후, 직장에서 내 상황을 티 내지 않고 일하는 것은 너무나 힘들었다. 이런 마음들을 위로해 준 곳이 바로 경찰청에 있는 미카엘 경당이다. 미카엘 경당은 일주일에 한 번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청과 경찰청 직원들이 미사를 드리는 곳이다. 처음에 직장에서 마음 붙일 곳이 없어 힘들었을 때,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마음을 잘 추스르고 직장에도 잘 적응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 미카엘 경당에서 미사를 드리는 일은 팍팍한 직장생활 속에서 피울 수 있는 꽃 같은 시간이다.
 
   모든 일에는 주님의 뜻이 있다고 한다. 어떤 연유로 우리 가족에게 이런 시련을 주셨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힘들 때 듣던 성가 가사를 다시 새기며 다시 하느님을 붙들고 걸어가려 한다! ‘아무것도 너를 슬프게 하지 말며, 아무것도 너를 혼란케 하지 말지니 모든 것은 다 지나가는 것, 다 지나가는 것.’
호수 제목 글쓴이
2903호 2025. 12. 21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윤석인 로사 
2902호 2025. 12. 14  ‘자선’, 우리에게 오실 예수님의 가르침 원성현 스테파노 
2901호 2025. 12. 7  “이주사목에 대한 교회적 관심을 새롭게” 차광준 신부 
2899호 2025. 11. 23  임마누엘, 나와 함께 하시는 이예은 그라시아 
2897호 2025. 11. 9  2025년 부산교구 평신도의 날 행사에 초대합니다. 추승학 베드로 
2896호 2025. 11. 2  나를 돌아보게 한 눈빛 김경란 안나 
2895호 2025. 10. 26  삶의 전환점에서 소중한 만남 김지수 프리실라 
2893호 2025. 10. 12  우리는 선교사입니다. 정성호 신부 
2892호 2025. 10. 6  생손앓이 박선정 헬레나 
2891호 2025. 10. 5  시련의 터널에서 희망으로! 차재연 마리아 
2890호 2025. 9. 28  사랑은 거저 주는 것입니다. 김동섭 바오로 
2889호 2025. 9. 21  착한 이의 불행, 신앙의 대답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88호 2025. 9. 14  순교자의 십자가 우세민 윤일요한 
2887호 2025. 9. 7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권오성 아우구스티노 
2886호 2025. 8. 31  희년과 축성 생활의 해 김길자 베네딕다 수녀 
2885호 2025. 8. 24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탁은수 베드로 
2884호 2025. 8. 17  ‘옛날 옛적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83호 2025. 8. 15  허리띠로 전하는 사랑의 증표 박시현 가브리엘라 
2882호 2025. 8. 10  넘어진 자리에서 시작된 기도 조규옥 데레사 
2881호 2025. 8. 3  십자가 조정현 글리체리아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