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61호 2021.07.25 
글쓴이 박갑조 신부 

감사하는 마음에 상처가 나더라도…

 
박갑조 신부 / 맑은하늘피정의집 관장


 
   감사하는 마음은 그 원의가 이루어져야만 드러나는 의지의 표현일까요? 기대가 이루어지기 전이나 이루어지고 있는 중에도, 심지어 기대가 사라진 뒤에도 감사하는 마음은 한결같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째서 그래야 하는가 하면 우리의 일상인 먹고 자고 일어나고, 보고 듣고 말하고 의식하는 삶의 근원은 사람이 짓고 허물 수 있는 것들이 아니기에 그렇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수많은 생명이 먹는 일을 당신의 몸과 피로 삼는 장면에서 나타납니다. 바로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 수 있겠느냐?”(요한 6,5)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삶의 바탕을 깨닫도록 제자들과 많은 사람에게 먹을 빵이 나온 자리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나아가 짐작이 분명한 앎으로 옮아가도록 불과 몇 명만 먹을 양의 빵이 많아지기 전에 감사를 드리시고(요한 6,11 참조) 먹고 난 다음에도 “버려지는 것이 없도록 남은 조각을 모아라.”(요한 6,12) 라는 말씀에서 먹는 일이 일러주는 참된 뜻을 잊지 않게 하시는 데서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감사하는 마음은 모든 삶의 원천을 알려주는 깨어 있음이 아닐까요?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면 은총이라 하고, 그렇지 못하면 기도가 부족하다고 여기거나, 하느님께서 돌보아 주시지 않는다는 편협한 신심은 오히려 이해하지 못할 일을 연이어 겪을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는 너무나 한쪽으로 치우쳐진 앎이 아니겠습니까?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가 바라는 대로 다 이루고 살다 갈 수 있겠습니까? 무엇보다 바라는 대로 다 이루어지면 욕심(고통)은 더욱더 커지지 않겠습니까? 아무리 바라는 것이 선한 뜻을 지녔다 해도 우리네 가슴 속이 위태롭기 그지없는 것이 사실인데, 진정 우리를 행복하게 내버려 두겠습니까? 하지만 우리의 결핍 속에서 하느님 뜻대로 이루시는 예수님의 손길을 알아보려는 그 마음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 않겠습니까?
 
   따라서 감사는 인간이 생겨난 안식처를 알아 가는 생명의 길이라 생각합니다. 이 여정이 우리의 어떤 처지든 하느님을 만나는 장소로 삼기에, 오늘 복음에서 배고픈 예수님을, 밥 먹는 예수님을, 배부른 예수님을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912호 2026. 2. 8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4) file 장현우 신부 
2911호 2026. 2. 1  참된 행복이란 file 강지훈 신부 
2910호 2026. 1. 25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은 누구의 것인가? file 이재현 신부 
2909호 2026. 1. 18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 file 김영훈 신부 
2908호 2026. 1. 11  “하느님 마음에 드는 삶” file 안형준 신부 
2907호 2026. 1. 4  하느님이 꾸신 꿈을 함께 꾸는 사람들 김태균 신부 
2906호 2026. 1. 1  우리의 해맞이, 달맞이 file 이요한 신부 
2905호 2025. 12. 28  사랑으로 물들어 가는 가족 file 이요한 신부 
2904호 2025. 12. 25  ‘그 빛이 어둠 속에서 비치고 있다.’(요한 1,5ㄱ 참조) 신호철 주교 
2903호 2025. 12. 21  믿고 순종하는 이를 구원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 file 한인규 신부 
2902호 2025. 12. 14  자비롭고 선한 사람 file 손지호 신부 
2901호 2025. 12. 7  방향전환 file 이재석 신부 
2900호 2025. 11. 30  “깨어 준비하고 있어라.” file 김병수 신부 
2899호 2025. 11. 23  모순과 역설의 기로에서 file 김지황 신부 
2898호 2025. 11. 16  가난한 이들은 기다릴 수 없다 file 이상율 신부 
2897호 2025. 11. 9  우리는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file 최정훈 신부 
2896호 2025. 11. 2  우리의 영광은 자비에 달려있습니다 file 염철호 신부 
2895호 2025. 10. 26  분심 좀 들면 어떤가요. file 최병권 신부 
2894호 2025. 10. 19  전교, 복음의 사랑으로 file 김종남 신부 
2893호 2025. 10. 12  우리가 주님을 만날 차례 file 한종민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