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믿음

가톨릭부산 2021.07.01 09:41 조회 수 : 21

호수 2658호 2021.07.04 
글쓴이 윤미순 데레사 
어머니의 믿음

 
윤미순 데레사 / 좌동성당 · 수필가
jinyn5020@hanmail.net

 
   어머니가 담낭암 말기로 이제 길어야 서너 달밖에 견디지 못하시리라는 소식을 들었다. 일 년 사이 어머니는 많이 쇠약해지고 마르셨다. 어느날 어머니께 식사도 차려드리고 목욕도 시켜드렸는데, 침대 곁에 앉아 어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어머니는 머리도 그렇고 옷도 갈아입기 불편하여 본당 신부님께서 병자성사를 주러 오신다는 것을 물리치셨다고 했다. 그러니 원피스 하나 편하게 만들어달라고 하셨다. 나는 병자성사를 안 하면 어떡하느냐고, 이제 머리도 백발이고 몸도 성치 않으시니 실내복이면 어떠냐고 핀잔을 주었다. 내심으로 이 시점에 ‘웬 원피스를’하며 실소를 했다. 어머니는 눈치를 채시고는 “나는 그렇게는 싫어, 깨끗하지 않아”하시며 머리를 흔드시며 눈까지 흘기셨다. 며칠 후 혼수상태에 빠지셔서 대학병원으로 모시게 되었는데 호스피스병동으로 옮긴 지 며칠 안 되어 어머니는 병자성사를 받으신 후 삼십 분 만에 숨을 거두셨다. 
 
   장례미사 때 본당신부님께서 “홍 안젤라 자매님께 약 2년 동안 병자성사를 드리게 되었는데, 집에 방문하면 항상 머리를 단정하게 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 앉아 계셨으며 봉투에 교무금을 넣어 성사가 끝난 후 항상 두 손으로 공손하게 내놓으시는 겸손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씀하셨다. 강론을 들으며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어머니를 성당으로 인도한 나였기에 어머니의 신앙은 항상 약하게만 보였고 열심히 기도하지 않는다고 얼마나 잔소리를 해댔던가. 일상이 되어버린 매일미사와 별로 감동적이지 않은 주일미사에 대한 의무, 레지오를 한다고 해서 진정한 하느님의 자녀라 말할 수 있겠는가 라는 생각이 아프게 다가왔다. 대학병원 장례식장을 쩌렁쩌렁 울리던 본당 신부님의 우렁찼던 연도는 어머니께서 보여주신 태도에 대한 진정한 마음을 느끼게 했다. 또한 남은 가족들에 대한 자상한 조언으로 조카들이 냉담을 풀게 되었다. 장례 기간 동안 가족들은 우리가 서로 보살피며 다정하게 살아가자는 말들을 주고받았다. 참으로 별일이었다. 평상시 우리 삼남매는 그렇게 각별하지 않았으며 서로 살아가는데 급급해 명절에도 다같이 모이기가 쉽지 않았었기 때문이다. 사랑의 성령을 내려주신 하느님의 선물은 어머니의 하느님께 대한 깨끗하고 정성된 믿음 때문이라는 깨우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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