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의 역할
도원칠 스테파노 / 당감성당
경찰서의 밤은 바쁘다. 크고 작은 신고가 접수되면 야간 근무 경찰들이 출동하여 처리한다. 교통사고, 폭행, 변사 등 종류도 다양하나 경찰을 힘들게 하는 건 단연코 주취자다. 술에 취해 대화는커녕 어떻게 처리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명백히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면 설득해서 돌려보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쉽지 않다. 주취자도 인권이 있는데 함부로 하지 못하니 그저 시간만이 좋은 해결책이다. 그렇게 경찰서의 밤은 지나가고 아침을 맞이한다.
내가 일하는 경찰서에는 유치장이 있다. 구속된 사람이 머무는 곳으로 하루에 5~10명 정도 수용하는 날도 있고 한 명도 없는 날도 있다. 죄명도 다양하고 사연도 다양한데 그들 모습은 대부분 평범한 얼굴이다. 세상에 범죄인으로 태어난 사람은 없고 악인의 얼굴도 없는 것이다. 경찰은 피의자 조사를 할때 가족관계, 건강상태 외에 종교를 묻는다. 재판과정에서 양형 참고자료인데 무교라고도 하고 불교, 천주교라고도 하는데, 신앙적 양심 때문인지 밝히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신앙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예수님께서는 산상설교에서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3~16 참조) 하고 군중에게 말씀하신다.
경찰에게 법적인 의무와 높은 수준의 도덕적, 윤리적 의무가 요구되는 것은 바로 빛과 소금의 역할과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30여 년 경찰 생활에서 소금의 맛을 잃지 않듯이 자기 역할을 다했는지, 자신의 빛을 다른 사람이 보듯이 착한 행실을 얼마나 했는지를 자문해본다. 세상에 범죄가 다 없어져 경찰들이 할 일이 없어지는 미래를 엉뚱하게도 상상해본다.
신부님, 수녀님의 단아한 복장을 보면 마음이 경건해진다. 수도자 생활이 복장으로 숭고해지고 경이롭기까지 한다. 마찬가지로 경찰, 소방관, 군인들은 제복을 입은 사람(MIU)으로 한층 높은 사명감으로 일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비난이 더 커진다. 코로나로 인해 심리적,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신자로서, 경찰로서, 위로와 힘이 되며 빛과 소금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을 다짐한다. 오늘도 밤낮으로 일하는 경찰들에게 하느님 은총과 자비가 풍성히 내리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