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의 역할

가톨릭부산 2021.06.23 11:07 조회 수 : 21

호수 2657호 2021.06.27 
글쓴이 도원칠 스테파노 
빛과 소금의 역할

 
도원칠 스테파노 / 당감성당 

 
   경찰서의 밤은 바쁘다. 크고 작은 신고가 접수되면 야간 근무 경찰들이 출동하여 처리한다. 교통사고, 폭행, 변사 등 종류도 다양하나 경찰을 힘들게 하는 건 단연코 주취자다. 술에 취해 대화는커녕 어떻게 처리할지 난감한 경우가 많다. 명백히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면 설득해서 돌려보내야 하는데 이것 역시 쉽지 않다. 주취자도 인권이 있는데 함부로 하지 못하니 그저 시간만이 좋은 해결책이다. 그렇게 경찰서의 밤은 지나가고 아침을 맞이한다.
 
   내가 일하는 경찰서에는 유치장이 있다. 구속된 사람이 머무는 곳으로 하루에 5~10명 정도 수용하는 날도 있고 한 명도 없는 날도 있다. 죄명도 다양하고 사연도 다양한데 그들 모습은 대부분 평범한 얼굴이다. 세상에 범죄인으로 태어난 사람은 없고 악인의 얼굴도 없는 것이다. 경찰은 피의자 조사를 할때 가족관계, 건강상태 외에 종교를 묻는다. 재판과정에서 양형 참고자료인데 무교라고도 하고 불교, 천주교라고도 하는데, 신앙적 양심 때문인지 밝히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면 신앙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예수님께서는 산상설교에서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3~16 참조)  하고 군중에게 말씀하신다.  
 
   경찰에게 법적인 의무와 높은 수준의 도덕적, 윤리적 의무가 요구되는 것은 바로 빛과 소금의 역할과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30여 년 경찰 생활에서 소금의 맛을 잃지 않듯이 자기 역할을 다했는지, 자신의 빛을 다른 사람이 보듯이 착한 행실을 얼마나 했는지를 자문해본다. 세상에 범죄가 다 없어져 경찰들이 할 일이 없어지는 미래를 엉뚱하게도 상상해본다.
 
   신부님, 수녀님의 단아한 복장을 보면 마음이 경건해진다. 수도자 생활이 복장으로 숭고해지고 경이롭기까지 한다. 마찬가지로 경찰, 소방관, 군인들은 제복을 입은 사람(MIU)으로 한층 높은 사명감으로 일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비난이 더 커진다. 코로나로 인해 심리적,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에 신자로서, 경찰로서, 위로와 힘이 되며 빛과 소금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을 다짐한다. 오늘도 밤낮으로 일하는 경찰들에게 하느님 은총과 자비가 풍성히 내리기를 간절히 기도드린다.
호수 제목 글쓴이
2875호 2025. 6. 22  “당신은 내 빵의 밀알입니다.” 강은희 헬레나 
2874호 2025. 6. 15  할머니를 기다리던 어린아이처럼 박선정 헬레나 
2873호 2025. 6. 8  직반인의 삶 류영수 요셉 
2872호 2025. 6. 1.  P하지 말고, 죄다 R리자 원성현 스테파노 
2871호 2025. 5. 25.  함께하는 기쁨 이원용 신부 
2870호 2025. 5. 18.  사람이 왔다. 김도아 프란치스카 
2869호 2025. 5. 11.  성소의 완성 손한경 소벽 수녀 
2868호 2025. 5. 4.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랑하십시오. 김지혜 빈첸시아 
2865호 2025. 4. 13.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안덕자 베네딕다 
2864호 2025. 4. 6.  최고의 유산 양소영 마리아 
2863호 2025. 3. 30.  무리요의 붓끝에서 피어나는 자비의 노래 박시현 가브리엘라 
2862호 2025. 3. 23.  현세의 복음적 삶, 내세의 영원한 삶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61호 2025. 3. 16.  ‘생태적 삶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순례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60호 2025. 3. 9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25년 사순 시기 담화 프란치스코 교황 
2859호 2025. 3. 2  ‘나’ & ‘우리 함께 together’ 김민순 마리안나 
2858호 2025. 2. 23.  예수님 깨우기 탁은수 베드로 
2857호 2025. 2. 16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최경련 소화데레사 
2856호 2025. 2. 9.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안경숙 마리엠마 수녀 
2855호 2025. 2. 2  2025년 축성 생활의 날 담화 유덕현 야고보 아빠스 
2854호 2025. 1. 29  이 겨울의 시간 윤미순 데레사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