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359호 2015.12.20 
글쓴이 조욱종 신부 

외양간에서 나신, 집 없는 예수님

조욱종 신부 / 로사리오의 집 loucho2@hanmail.net

  부산의 광안대교와 마린시티의 80층대 빌딩군은 도시미학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거대한 수평과 거대한 수직의 교차가 주는 웅장한 도시미는 야경에서 더욱 돋보인다, 그래서 다들 해운대와 광안리 주변에 살고자 모여드는 걸까. 인구 집중이 일부에만 과도하게 이루어지면서 부산과 울산, 김해와 양산 그리고 밀양까지, 부산교구 지역 안의 도시들이 모두 신도시와 구도심의 대비로 통증을 앓고 있다. 집값의 차이는 사는 이들의 품위까지도 연계시켜 통증은 점점 전신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대림 4주간은 성탄을 눈앞에 두고 탄생의 배경을 둘러싼 사건들을 들려준다. 성령으로 인한 잉태,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 드디어는 집도 없이 외양간에서 태어나신 하느님과 인간의 만남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예수님은 공생활 동안에 거처도 없고 머리 뉠 곳조차 없었다. 드디어는 시공을 초월한 부활사건이 공간에 집착하던 집 개념을 산산이 깨뜨리고 말겠지만.

  고대 로마에는 5층짜리 아파트들이 즐비하였다. 백만 명이 넘게 살았다 하니 지금의 울산만 한 도시인 셈이다. 땅은 좁고 사람이 많은 까닭에 고층 아파트를 고안했고 건축비가 많이 드는 아파트는 당연히 부자들의 소유였기에 일반 평민들과 저소득층의 사람들은 임대료를 물고 살아야 하는 세입자 신세였다. 자연히 평수 따라 임대료도 달랐으니 마치 지금의 서민층 노인들은 쪽방에, 비정규직이나 알바 인생을 사는 청년층은 원룸에 살고 있는 상황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이 시대는 로마보다 주택난의 질이 더 악화되어 극심한 통증을 앓고 있으니 이를 해결할 방법이란 과연 없는 걸까?    

  집이란 개인의 소중한 사적 공간이다. 그러나 외양간 탄생의 메시지는 집을 공개념으로 승화시켜‘작은 집’을 미덕으로 삼고, ‘사회적 공유’로까지 확장하기를 요구한다. 토지공개념, 주택공개념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공간 크기의 집착에서 벗어나 사공을 초월하는 성탄을 본받으라는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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