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수 | 2359호 2015.12.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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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김기영 신부 |
금과 은 나 없어도
김기영 안드레아 신부 / 일본 히로시마 선교 gentium92@yahoo.co.kr
언젠가 성탄을 준비하면서 한 자매가 상담을 하러 왔었다. 무슨 일이시냐고 하니, 공동체 안의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었는데 상환 기간이 벌써 몇 달이 지나도록 아직 갚지를 않아서 마음이 많이 상한다는 것이다. 매 주일 성당에 와서 그 사람의 뒷모습만 보아도 평정심이 무너지고, 미사를 드리는 건지 마는 건지 분심만 가득한 채 집으로 돌아가기 일쑤라는 것이다.
“아니, 얼마나 빌려주셨는데요?
듣고 보니 웬만한 고급 승용차 한 대 값이다. 이럴 때 내 주머니에 돈이라도 있으면 당장에라도 이 자매의 손에 쥐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이 자매의 마음의 평화를 되찾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난감했다. 그런데 은총이 있었는지 순간 베드로 사도의 말씀이 떠올랐다.“나는 은도 금도 없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을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나자렛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말합니다. 일어나 걸으시오.”(사도 3, 6)
‘그렇다. 나 역시 은도 금도 없다. 하지만 내가 가진 것을 이 자매에게 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가진 것! 그것은 예수님을 믿고,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그래,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을 이 자매에게 전해주고, 이 금전 관계로 인한 갈등의 그물에서 벗어나게 해주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그러고 나니 눈앞에 환하게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몇 가지를 물었다.
“자매님! 혹시 돈 빌려준 그분이 지금 자매님께 갚을 능력이 있으신가요?”“아니요, 그 돈으로 뭔가 사업을 한 모양이던데 가지고 있던 돈도 다 날리고 먹고 살기도 빠듯한 모양이에요.”“그럼, 그 돈 없으면 자매님이 먹고 사시는 데 많이 불편하세요?”“그렇지는 않아요.”
“그렇다면요, 자매님, 이번 성탄 때 예수님께 좀 특별한 선물 한 번 해 보시겠어요?”“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다름이 아니라, 돈 빌려 가신 분이 갚을 능력도 없고, 자매님도 큰 어려움이 없다고 하시니까 그 돈 이번 성탄 때 아기 예수님께 봉헌하시면 어떨까 해서요, 왜요? 아까우세요?” 처음에는 이 자매가 깜짝 놀라서 뭐 이런 신부가 다 있느냐는 눈으로 한참을 보더니 이런다.“신부님, 예수님 드린다는데 그까짓 돈이 뭐가 아깝겠어요. 그렇게 할게요.” 그리고는 활짝 웃는다. 훨씬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이 자매의 뒷모습을 보면서 공동체에 평화를 되돌려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언젠가 주님께서 하늘나라에 보화를 쌓으라고 말씀하셨던가! 아마도 이 자매는 훗날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천국 사거리를 씽씽 달리지 않을까 싶다. 그때 나도 길 안내 해드렸으니 조금만 태워달라고 부탁이나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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