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도 우리처럼

가톨릭부산 2021.06.09 10:18 조회 수 : 206

호수 2655호 2021.06.13 
글쓴이 박은숙 디나 
그들도 우리처럼

 
박은숙 디나 / 명지신도시성당 · 교정사목 봉사자

 
   저는 부산교도소 재소자들과 함께 복음의 한 구절을 깊이 묵상하는 ‘생활말씀’ 모임을 포콜라레 회원 몇몇 분과 14년째 하고 있습니다. 담장 안의 그들 삶과 담장 밖 우리들 삶을 서로 나누며 하느님 뜻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서로를 격려하는 활동을 합니다. 그들이 자신의 죄에 대해 깊이 회개하고 하느님을 만나 진정한 영혼의 교정이 이루어지길 희망하며 이 활동을 오늘까지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진솔한 나눔을 듣다 보면 우리 맘 안에 편견의 담장을 쳤던 것을 부끄러워하면서 하느님 안에 한 자녀이고 한 형제이며 서로 똑같이 때로는 나약한 사람들이라는 진한 감동을 맛봅니다. 그들도 담장 밖 우리와 같이 연로한 부모님의 건강을 바라고 자녀를 걱정하며, 수감자로 낙인된 것에 대해 아내에게 미안함 등을 내어놓는 모습들을 보며 우리와 다를 바 없는 고민과 걱정들을 지닌 평범한 형제들이고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남편들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음을 알게됩니다.
 
   한 참석자는 복수가 차서 며칠 전 응급실에 다녀와서도 이 모임만은 빠질 수 없다고 하시며 열성으로 나오기도 하지요. 잠시 잘못된 판단과 선택으로 죄를 범하고 말았지만, 그 죄를 인정하고 속죄하면서 자신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며 다시 시작하고자 회개하는 그분들을 우리가 어찌 감히 죄인이라 낙인찍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처음 재소자 모임을 시작할 땐 솔직히 인간적인 부담과 두려움도 있었습니다. 세상이 붙여놓은 선입견을 가지고 ‘재소자’는 가까이하기엔 위험한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편견이 있었지요. 그분들도 마찬가지로 저희를 받아들이고 신뢰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개방하기까지 말할 수 없는 많은 과정과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사실엔 미치지 못하고 제 생각만 했던 겁니다. 인간을 이해하는 데 미숙했던 제 모습이 지금 생각하면 많이 부끄럽습니다. 이런 저에게 하느님께서는 그분들의 변화와 성장을 지켜보게 해 주셨고 그분들을 통해 저 또한 변화하고 성장하도록 해 주신다고 믿고 있습니다.
 
   모임을 마치고 나올 때면 영혼의 거울을 마주 본 듯 나 자신을 진솔하게 들여다보도록 해주었기에 저는 지금까지 이 모임을 계속해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서로를 지켜 주기 위해 만나지 못하지만, 기도 안에서 격려와 응원을 보내며, 그들이 단단한 영혼의 교정으로 주님 안에서 ‘매일의 삶이 행복하다”고 고백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903호 2025. 12. 21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윤석인 로사 
2902호 2025. 12. 14  ‘자선’, 우리에게 오실 예수님의 가르침 원성현 스테파노 
2901호 2025. 12. 7  “이주사목에 대한 교회적 관심을 새롭게” 차광준 신부 
2899호 2025. 11. 23  임마누엘, 나와 함께 하시는 이예은 그라시아 
2897호 2025. 11. 9  2025년 부산교구 평신도의 날 행사에 초대합니다. 추승학 베드로 
2896호 2025. 11. 2  나를 돌아보게 한 눈빛 김경란 안나 
2895호 2025. 10. 26  삶의 전환점에서 소중한 만남 김지수 프리실라 
2893호 2025. 10. 12  우리는 선교사입니다. 정성호 신부 
2892호 2025. 10. 6  생손앓이 박선정 헬레나 
2891호 2025. 10. 5  시련의 터널에서 희망으로! 차재연 마리아 
2890호 2025. 9. 28  사랑은 거저 주는 것입니다. 김동섭 바오로 
2889호 2025. 9. 21  착한 이의 불행, 신앙의 대답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2888호 2025. 9. 14  순교자의 십자가 우세민 윤일요한 
2887호 2025. 9. 7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20) 권오성 아우구스티노 
2886호 2025. 8. 31  희년과 축성 생활의 해 김길자 베네딕다 수녀 
2885호 2025. 8. 24  사랑에 나이가 있나요? 탁은수 베드로 
2884호 2025. 8. 17  ‘옛날 옛적에’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2883호 2025. 8. 15  허리띠로 전하는 사랑의 증표 박시현 가브리엘라 
2882호 2025. 8. 10  넘어진 자리에서 시작된 기도 조규옥 데레사 
2881호 2025. 8. 3  십자가 조정현 글리체리아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