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봄을 기다리며

가톨릭부산 2021.04.28 11:21 조회 수 : 39

호수 2649호 2021.05.02 
글쓴이 길선미 미리암 
희망의 봄을 기다리며

 
길선미 미리암 / 수정마을성당


 
   멈춰 서서 뒤돌아보는 시간이 자꾸 길어집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신부님, 수녀님, 봉사자 분들, 엠마오 공소 형제님들의 얼굴도 점점 잊혀져 갑니다. 올해는 엠마오 공소 형제님들과 반갑게 인사 나눌 수 있는 희망의 봄이 빨리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언제적이던가~~ 믿음의 싹이 움츠려들어 시들시들 해지며 무언가에 목말라 할 때 그 마음을 알아차린 선배 교정 언니들에게 엠마오 공소에 가서 찬양노래를 함께 하자길래 아무 생각 없이 따라나선지 벌써 18년이 되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내가 이렇게 오랫동안 교정사목 봉사자로 활동하게 될 줄을... 그 오랜 시간 속에서 크고 작은 위기나 흔들림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럴 때면 하느님의 어떤 신비로운 이끄심도 있었겠지만 든든한 교정사목 식구들과 크고 작은 행사 때 일손이 부족해서 도움을 청하면 한 걸음에 달려와 내일처럼 도와주고 빨랑카를 해주신 고마운 분들,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형제님들을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교도소 높은 담장 안 형제님들은 잘 지내겠지요? 
 
   처음에는 대면대면 한 어색한 만남이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한결 밝아진 얼굴로우리를 대하며 ‘자기네들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들고 찾아와서 좋은 말씀을 들려주고 자기네들의 말에 귀 기울여 들어주니 정말 감사해서 그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웃는 얼굴로 만나려고 거울을 보며 웃는 연습을 한다’ 는 어느 형제님의 옅은 미소가 생각나네요.
 
   장기자랑 때는 달랑 작대기 두 개로 북 대신 마룻바닥을 탁탁 치며 서로가 호흡을 맞춰 기가 막히게 멋진 무대를 보여주었던 난타공연! 아무련 도구 없이도 흘러가듯 매끄러운 리듬 감각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주교님과 함께한 견진성사와 교도소에 울려 퍼진 거룩한 찬양 미사곡들로 깊은 울림을 주었던 시간, 사순시기에 키보다 큰 십자가를 짊어지고 고통의 예수님께과 조롱하는 군중들을 실감나게 재연해서 지켜보는 모든 이들을 울컥하게 만든 십자가의 길, 등등 지면을 통해 다 적을 수 없을 만큼 많은 일들이 떠오릅니다. ‘과연 저분들의 재능은 어디까지이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들 정도로 다재다능한 솜씨에 감탄하면서도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는 봉사자로서 그들에게 노래로 고작 한 두 시간의 기쁨과 웃음을 주었는지 몰라도 그들의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모습에 내가 더 감동받고 게을러진 나를 바로 세우며 일상의 나날이 감사의 연속임을 알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먼 훗날 나이가 들어 하느님께서 “너는 무엇을 하다 왔느냐?”하고 물으시면 “저는 하느님의 작은 도구로 재소자들과 함께 하느님의 말씀을 나누고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그들의 마음에 하느님이 들어와 세례를 받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살았습니다.‘라고 말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러면 세월의 시간만큼 한층 성숙해진 신앙인으로 어떤 말에도 흔들리지 않고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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