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생명의 가치

가톨릭부산 2021.04.28 10:46 조회 수 : 15

호수 2649호 2021.05.02 
글쓴이 김도아 프란치스카 
노동과 생명의 가치 

 
김도아 프란치스카 / 장림성당, 노동사목 행정실장


 
   뉴스에 짧게 실리는 죽음들이 있습니다.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통계에 따르면 매일 5명 이상의 노동자가 산업현장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올해 1분기에만 199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고, 산재보험에서 누락된 숫자까지 감안하면 더 많은 노동자가 업무중 사망했습니다. 산재사망사고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80%이상 발생했고, 가장 큰 사고원인은 ‘추락’이었습니다. 
 
   2019년 10월, 부산의 한 건설현장에서 추락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사고의 원인조사를 진행한 4곳 모두에서 원인을 다르게 판단했고, 건설사는 노동자의 부주의로 인한 사망을, 유족은 어디선가 떨어진 물체로 인한 2차 추락을 주장했습니다. 건설사는 고인의 서명이 담긴 안전책임자서류를 제출했고, 유족은 그 필체가 위조되었음을 증명했습니다. 
 
   끊임없이 발생하는 산재사망사고에서 유족이 원하는 바는 거의 동일합니다. 사고의 원인규명과 책임있는 사과입니다. 이러한 사건에서 유족은, 거액의 보상을 위해 싸우는 것처럼 그려지지만 그들이 원하는 가장 근본적인 것은 나의 가족이 사망한 이유, 그리고 그러한 사망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책임규명입니다. 그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무리 거액의 보상금을 받더라도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명확한 원인규명과 책임소재의 판단이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꼭 필요함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사고와 질병으로 노동자들은 매일 사망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가볍게 취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으며, 사고의 원인을 기업이나 노동자 어느 한쪽만의 책임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재발을 막기 위한 예방적인 조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법으로 규정된 보호장구의 착용, 안전장비의 강화 등의 원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며, 사고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여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고를 방지해야합니다. 기업은 노동자의 생명을 위한 ‘안전비용’을 반드시 지불해야만합니다. 
 
   노동은 생명을 이어나가기 위한 수단입니다. 우리는 노동을 통해 살아가고, 자식을 키우며 생명을 이어갑니다. 어떠한 노동자도 본인의 생명과 맞바꾼 노동을 원하지 않으며, 어떠한 이윤의 가치도 생명보다 높지 않습니다.
 
   하느님이 주신 노동과 생명의 존엄함을 모두가 마음속 깊이 새길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라며, 불의의 사고와 질병으로 세상을 떠난 모든 노동자를 위해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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