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4주일<성소 주일> (나해) 강론 – 닮아감과 응답함
주임신부 2021. 4. 25, 범일성당
오늘은 ‘착한 목자 주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보이듯, 예수님께서는 양들을 위한 착한 목자라는 것입니다. 당연한 이 표현 안에는, 예수님을 따르는 신앙인들도 ‘착한 목자의 삶’을 닮아야 함을, 특히 본당 사목자인 사제가 모범적으로 ‘착한 목자’ 모습을 지녀야 함을 생각하게 됩니다.
몇 일 전에, 제가 일전에 알던 어느 형제님께서 저에게 이 메일을 보내 오셨습니다. 오늘인 ‘착한 목자 주일’을 맞으며 안부 차 보내신 내용인데, 내용의 일부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 “신부님, 언젠가 신부님께서 말씀하신 내용, 즉 ‘완벽한 착한 목자는 못되겠지만, 미사라도 정성껏 드리는 목자로 머물고 싶다.’는 그 말씀을 깊은 울림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완벽한 착한 신자는 못되겠지만,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려는 자세만이라도 가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을 닮으려는 이 자리의 우리 모두는 부족함이 있기에, ‘완벽한 착한 목자’, ‘완벽한 착한 신자’로는 머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필요하거나 관심 있는 어느 부분에 대하여서는 우리가 최선과 정성을 다할 수 있다고 봅니다. 계속 그렇게 노력함으로써, 우리 모두는 점점 더 예수님을 닮아 갈 수 있다고 희망해 봅니다.
오늘은 또한 ‘성소(聖召) 주일’입니다. 성소란 글자 그대로 거룩한 부르심 곧 하느님의 부르심을 뜻합니다. 물론 교회가 오늘을 성소주일로 정한 것은 특별히 사제성소와 수도성소에로 부르심을 받고 이에 응답하는 사람들, 즉 성직자와 수도자가 더 많아지길 기도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성소라고 할 때 꼭 사제성소와 수도성소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 안에는 여러 구성원들이 있습니다. 우리 교회는 평신도, 수도자 그리고 성직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구성원들은 교회 안에서의 계급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를 구성하고 있는 성직자나 수도자, 평신도 모두가 하느님의 백성으로서, 차이가 있다면 각기 맡은 바 고유한 위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을 맞으며, 우리는 먼저 평신도의 성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왜냐하면 사제성소나 수도성소는 평신도의 성소에서 출발하기 때문입니다. 건전한 평신도가 없으면, 사제성소나 수도성소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성직자나 수도자는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 가정에서 배출됩니다. 따라서 평신도 여러분의 가정은, 사제성소와 수도성소의 못자리이기에, 이런 면에서도 우리 평신도들의 성소가 참으로 귀함을 알 수 있겠습니다.
주님의 집에 모여 오신 여러분, 오늘 ‘착한 목자 주일’을 맞아, 착한 목자이신 예수님을 우리가 더 닮아 갔으면 합니다. 완벽히 주님을 닮지는 못하더라도, 우리는 꾸준히 주님을 닮아가려 노력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오늘 ‘성소 주일’을 맞아, 주님의 부르심에 ‘예’라고 기꺼이 응답하는 우리 삶이되길 기도하게 됩니다. 더불어, 우리 각 가정이 주님의 부르심과 우리의 응답이 머무는 좋은 자리 되길 바래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