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 뼈

가톨릭부산 2021.04.14 10:13 조회 수 : 43

호수 2647호 2021.04.18 
글쓴이 차공명 신부 

살과 뼈
 
차공명 신부 / 꽃바위성당 주임


 
   몇 년 전 한 유명배우의 인터뷰 기사를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다. 그는 “배우는 얼굴을 건드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찍은 광고 영상에 제작자가 주름을 지운 것을 발견하고 주름을 살려달라고 요청하였다고 한다. 얼굴에 주름이나 검버섯이 없는 것이 이상한 것 같았단다. 
 
   오늘 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두려워하는 제자들에게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유령은 살과 뼈가 없지만, 나는 너희도 보다시피 살과 뼈가 있다.”(루카 24,39)라고 말씀하신다. 못이 박혀 구멍이 난 손과 발이 있고 만질 수 있는 진짜 육체를 가지고 다시 살아나셨다는 것을 밝혀 주시는 말씀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다움과 부활의 관계에 대해서 같이 묵상하고자 한다. 인간과 유령의 차이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살과 뼈 즉 육체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우리의 육체는 불완전하다. 처음부터 불공평하게 주어졌고 항상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며 늙어가고 결국 죽음에 이른다. 그런 육체를 가지고 예수님이 부활하셨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십자가형으로 손상된 손과 발이 있고 먹어야지만 살 수 있는 육체는 이데아(이상)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예수님을 예수님으로 증명하는 것이 바로 그 살과 뼈에 새겨진 시간과 역사의 흔적이다. 이것은 인간의 실재 삶과도 부합한다. 아무리 인간이 바뀌고 거듭난다고 해도 지금의 자신이 있기까지의 모든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라 유령이다. 이것이 예수님이 살과 뼈를 가지고 부활하신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서 자존감을 가지고 사는 이들은 위의 유명배우처럼 주어진 자신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사랑한다. 반면 자존감이 약한 이들은 자신의 모든 것에 불만을 가지고 만족을 모른다. 물론 완전한 것은 없다. 다 누구나 부족하고 자신에 대해서 자주 실망을 느낀다. 그러기에 우리는 매일 부활의 삶을 살아야 한다. 매일 매일 죽더라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나야 한다. 물론 다시 일어나도 그 이전의 약점과 실패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못난 살과 뼈마저도 받아들여야 만이 유령이 되기 전까지의 삶이 평화로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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