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46호 2021.04.11 
글쓴이 김춘남 스테파노 
“밖으로는 싸움이고 안으로는 두려움”(2코린 7,5)

 
김춘남 스테파노 / 서면성당 kalbc56@hanmail.net


 
   문득 아주 오래전 일을 떠올려 본다. 그날은 부활절이었다. 정성껏 다림질한 외출용 군복차림으로 우리는 민간인들을 본다는 즐거움으로 설레었다. 신병인 우리가 탄 군용 트럭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성당이 있는 사단으로 들어섰다. 차에서 내려 난생처음 성전에 들어갔다. 군부대 근처 주민과 군인 가족이 눈에 띄었다. 기천불 신자(무신론자를 일컫는 표현)였던 나는 가톨릭에 문외한이었다. 말하자면 가짜 환자(군대 속어로 비신자가 종교 활동 하는 것을 말함)였다. 그날 나는 곁눈질로 보며, 옆 사람 따라 일어섰다 앉았다 하면서 미사를 마쳤다. 나갈 때 알록달록 색칠한 부활절 계란을 선물로 받았다.
 
   ‘내딛는 첫걸음이 길을 만든다.’고 하였다. 지금 돌이켜보니, 비록 내 뜻은 아니었지만 나의 가톨릭 입문은 아마 그때 비롯한 것 같다. 인연이었나 보다.
 
   2019년 12월 25일 아기 예수님께서 탄생하신 날, 나는 세례를 받았다. 이제 만 1년 몇 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코로나19 수난으로, 세례 이후 첫 부활절은 성당 출입금지로 미사 참여조차 못 하고 지나갔다.
 
   지난 4월 4일 ‘주님 부활 대축일’은 두 번째로 맞이하는 부활절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사람들이 싫어하는 ‘죽을 사(死)’의 어감을 지닌 숫자 4가 2개나 된다. 다른 한자로 ‘넉 사(四)’도 있다. 4월 4일의 부활절에 문득 엉뚱한 상상으로 죽음과 삶을 해석해보았다. 침묵의 어둠 속, 수평으로 눈을 감은 모습(四)의 수평적 세계를 죽음(死)으로 본다면, 죽음의 침묵에서 일어나 눈을 뜬 모습(目)은 수직적 세계의 삶(生)이다. 이는 마치 인형을 눕히면 눈을 감았다가, 세우면 눈을 뜨는 것 같다. 주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고 묻히신 뒤 사흘 만에 부활하신 뜻을 새겨본다.
 
   비신자였던 나는 이제 신앙을 가지게 되었다. 아직 연약한 신앙의 걸음마를 배우는 신생아요, 가톨릭 용어에 익숙하지 못한 새내기에 불과하다. 
 
   참된 신앙은 산티아고 순례길보다도 더 멀고 힘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믿음은 바라는 바의 실체’라 하였으니, 보물 같은 성경 말씀을 마음에 새기면서 주님 사랑을 본받아야겠다. 
 
   아직도 세상은 “밖으로는 싸움이고 안으로는 두려움”(2코린 7,5) 속에서 코로나19와 대치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신앙심을 백신으로 삼아 주님 부활의 뜻을 묵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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