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46호 2021.04.11 
글쓴이 박혁 신부 

하느님의 자비로 용서하는 우리는 신앙인

 
박혁 신부 / 화명성당 주임


 
   성인으로 시성되신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2,000년 부활 제2주일에 자비의 파우스티나 성녀의 시성식을 맞아, 부활 제2주일을 ‘하느님의 자비’ 주일로 정하였습니다. 자비(慈悲)란 원래 불교 용어로 ‘다른 이에게 기쁨을 주고, 슬픔을 덜어준다.’는 뜻입니다. 자비의 파우스티나 성녀는 “하느님의 자비를 얻기 위해서는 하느님께서 우리의 죄와 벌을 완전히 용서해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말과 행동, 기도를 통해 자비를 실천해야 하며, 언제 어디서나 이웃에게 자비를 보여야 하고 자비를 피하거나 변명해서는 안 된다.”하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의 자비란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보내주시고,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로 우리를 죽음에서 구원해 주신 인간에 대한 사랑입니다.
 
   오늘 부활하신 예수님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제자들에게 나타나 평화를 빌어주셨습니다.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것은 ‘기쁨을 주고 슬픔을 덜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예수님께서는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고 말씀하십니다. 부활은 오로지 믿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선물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부활을 보고 믿는 사람이 아니라, 부활하셔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셨다는 증언을 믿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목격자가 아니라 신앙인인 것입니다. 신앙은 아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입니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믿기 위해 이해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이해하기 위해서 믿어라.” 하셨습니다. 
 
   제자들 앞에 나타나신 예수님은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요한 20,22~23)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누가 하느님 앞에 죗값을 치러야 한다면, 그 사람이 지은 죄가 많아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죄를 용서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살아갈수록 남을 용서하는 일이든 자신을 용서하는 일이든, 용서하는 일이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예수님을 믿고 서로를 용서하고 용서받을 수 있는 이유는 당신을 배신하고서도 터무니없는 의심을 했던 염치없는 제자들에게도 평화를 빌어주시고, 생명을 주시는 성령을 보내주시는 예수님의 한없는 사랑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자비 안에서 모든 형제들과 함께 기뻐하며 주님께서 주신 평화와 자비 속에서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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