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수난 성지 주일(나해) 강론 – 십자가 통한 부활
주임신부 2021. 3. 28, 범일성당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실 때, 군중은 예수님을 열렬히 환호했습니다. 그러나 그 군중의 열렬한 환호는, 똑 같은 군중이 드러내는 저주의 아우성으로 조만간 변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우리 인간의 이중적인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런 인간의 모습 속에 ‘나’의 모습은 없을까요? 우리 자신을 되돌아보면, 예수님을 환호하던 그 군중, 그리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아우성치던 같은 그 군중, 그 군중들 속에 나 자신도 함께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실, 우리는 신앙인이라고 하면서도 자주 생활 속에서 신앙의 위기를 자초하고 있습니다. 주일만 되면 더 이상 나무랄 데 없는 하느님의 착한 자녀이지만, 일상생활에서도 그런 주님 자녀의 모습으로 머물고 있는지를 되돌아봅니다.
그래서, 일 년 중에서 가장 거룩한 이 한 주간, 즉 ‘성주간’을 오늘부터 시작하며 생각합니다. 주님을 향했다가도 금방 그분께 등을 돌리는, 그런 ‘이중적 모습’을 나 안에서부터 없애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으로써, 다른 사람 아닌 바로 나 때문에, 또 다시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그분에게 나의 십자가까지 떠맡길 것이 아니라, 내가 져야할 십자가는 내가 지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바라건데, 나에게 다가오는 나의 십자가는 내가 기꺼이 지고서, 나를 앞장서 십자가 길을 출발하시는 주님을 나 또한 기꺼이 따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성주간을 맞고 계신 교형자매 여러분, ‘십자가 없는 부활은 없다!’는 참으로 의미 깊은 이 표현이 있습니다. 오늘부터, 가장 거룩한 이 한 주간을 시작하며, 주님의 수난과 죽음, 그분 십자가의 길에 우리도 기꺼이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으로써 우리 모두도, 감동스러운 우리 각자의 부활, 우리 가정의 부활, 그리고 우리 본당 공동체의 부활을 반드시 맞이할 수 있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