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향하는 곳

가톨릭부산 2021.03.17 11:16 조회 수 : 27

호수 2643호 2021.03.21 
글쓴이 최영수 요셉 
그리움이 향하는 곳

 
최영수 요셉 / 정관성당
               
 
   여보, 당신을 보내고 두 번째 맞는 봄, 오늘도 늘 그렇듯이 당신이 좋아하던 차를 달여 하늘공원으로 향합니다. 입구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성모님과 아기 예수님의 마중을 뒤로하면 양옆으로 매장묘역이 하늘까지 이어지고 성직자묘역과 수도자묘역을 지납니다. 멀리 보이는 봉안당 건물과 주님의 집 성전을 향한 하늘의 문 중앙 제대를 지나면 길 왼편으로 십자가의 길 14처가 길게 자리하고 맞은편에는 가족봉안묘역이 있습니다. 피에타상과 날개 달린 천사들이 곳곳을 지키고 있는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양팔을 한껏 벌리고 맞아주시는 주님의 품이 봄볕 담은 포근한 사랑을 줍니다.
 
   미사를 봉헌하고 달여 온 차를 당신께 권하고 오카리나로 그리운 마음을 한껏 뿜어내는 것이 일과가 되어버린 나에게 하늘공원은 안식의 공간이며 가족 공동체요, 곧 천국입니다.  
 
   오랜 기간 앓아오던 당뇨에 꾸준한 병원치료와 관리를 지속하며 안도하던 중, 췌장암이라는 진단은 청천벽력이었습니다. 어렵고 힘든 고통의 시간을 가족의 사랑과 많은 분들의 기도와 염원 속에서 잘 이겨내던 당신은, 결국 1년 만에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정성으로 꿈을 일구던 정원, 소소한 하루하루의 행복에 감사하던 집, 사랑하는 가족, 함께 노력하며 가꾸던 모든 것을 두고 떠나가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제 고통 없는 천국에서 성모님의 옷자락을 꼭 잡고 성령의 빛을 따라 평안하길 늘 기도할게요.
 
   한때는 서운함과 원망에 기도조차 할 수 없었지만 그 시간 또한 주님께서 주시는 시간이기에 내가 계획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우리의 생각과 그분의 생각이 다르고 우리의 계산과 그분의 계산이 다르다는 것을 조금은 믿음이 성숙 되어가면서 깨달아 가는 것 같습니다. 주님의 시간표에 따르며 더 크게 생각하고 따라야겠다고 다짐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오늘따라 이 천국에 봄비가 조용히 내립니다. 당신과 함께한 시간들, 우리의 삶의 여정 안에 함께했던 순간들을 소중한 추억으로 남겨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나도 가야 할 본향에서 먼저 가 기다리고 있을 당신을 가슴에 담고 당신이 늘 간절히 찾던 주님과 성모님을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정성 되게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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