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39호 2021.02.21 
글쓴이 김현일 신부 

희망의 사순절을 만들어 갑시다.
 
김현일 신부 / 성바오로성당 주임

 
   우리는 작년 한 해를 코로나19로 우울하게 보냈습니다. 공동체 미사를 못하게 되고 방역에 모든 에너지를 쏟으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물러가기만을 바랐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는 더욱 확산되었고 우리의 일상은 정지되었습니다. 많은 자영업자들이 눈물을 머금고 가게 문을 닫고 인고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이런 상황에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내리시는 경고인가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는 하느님이 내리신 것이라고 보기보다는 우리 인류가 불러들인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무한 경쟁 속에서 자연을 파괴하고 일방적으로 부를 축적하고 누군가는 고통과 죽음으로 내몰리면서 발생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다시 우리에게 모든 것을 원초적인 것으로 돌려놓으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다시 우리의 본성을 되찾으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느님께서는 다시 우리를 축복하실 것입니다. 
 
   오늘 창세기에서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 … 나는 나와 너희 사이에, 그리고 온갖 몸을 지닌 모든 생물 사이에 세워진 내 계약을 기억하고, 다시는 물이 홍수가 되어 모든 살덩어리들을 파멸시키지 못하게 하겠다.”(창세 19,13.15)
 
   성경에서 물은 죽음과 생명을 상징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우리의 잘못을 죽이고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살아나라고 말씀하십니다. 나만 살겠다고 파괴한 자연을 다시 회복하고 내가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면서 함께 살라는 것입니다. 
 
   베드로 1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세례는 몸의 때를 씻어 내는 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힘입어 하느님께 바른 양심을 청하는 일입니다.”(1베드 3,21ㄴ) 세례는 우리에게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항상 현재의 사건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가 과거로 밀쳐 놓았던 세례를 다시 현재, 이 자리로 불러들입니다. 코로나는 고통이기도 하지만 시대의 징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때가 차서 하느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다. 회개하고 복음을 믿어라.”(마르 1,15ㄴ) 하느님의 나라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이 자리에서 시작되어야 함을 예수님께서 명백히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사순절은 우리가 하느님 나라를 살아야 하는 희망을 다시 일깨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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