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634호 2021.01.17 |
---|---|
글쓴이 | 김삼숙 아녜스 수녀 |
한 걸음의 용기를 ...
김삼숙 아녜스 수녀 / 삼위일체수녀회, 교정사목
초라한 행색의 출소자 K형제가 교정사목 사무실을 방문하셨다. 고아로 자라 10대 때부터 60대 초반까지 교도소를 제집처럼 드나들다가 폐암 3기로 출소하여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움을 청하러 오신 것이다. 사무실로 찾아와 그럴듯한 말로 도움을 받아가는 출소자들이 그 돈을 흥청망청 쓰고, 여러 본당을 전전하며 한 푼씩 얻어 가는 일을 종종 들었기에 K형제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며 그분의 삶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듣는 동안 생채기투성이 인생을 살아온 형제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싶었다. ‘폐암 3기 환자가 설마 사기를 치겠는가?’ 라는 작은 믿음으로 담당 신부님과 의논하여 거취를 마련하고 생계비와 생필품을 지원해드렸다. 그는 선뜻 도움을 주는 우리의 행동에 놀라워하였다. 출소하면 곧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는 악순환 속에 누군가에게 자신의 지난 삶을 이야기 하거나 도움을 바라거나 얻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관할 주민 센터의 도움으로 생계급여 수급권자로 지정되었고 진료 담당 의사의 관심과 배려로 안정을 찾아, 건강도 더 악화되지 않는 상태로 잘 지내고 계신다. 더해서 모범적으로 사는 출소자에게 지급하는 다세대주택을 공급받는 기쁨도 누렸다. 그의 입에서는 만날 때마다 “수녀님, 적지만 국가에서 주는 돈으로 살아갈 수 있고 작은 공간이나마 내 집이라 생각하니 너무나 감사해요. 비로소 사람으로 사는 것 같아요. 죄만 짓고 살아온 저 같은 놈에게 살라고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아요.”라는 감사의 말이 흘러나온다.
“사막 한가운데서 자라는 선인장처럼 살지 않으면 이 세상에는 출소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라는 출소자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내 경험의 색안경을 끼고 K형제의 말을 건성으로 듣고 답하며 푼돈을 주고 보냈다면 그는 어떻게 되었을까?
출소자들이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해도 주변 현실은 항상 녹록지 않다. 그런 그들에게 사막의 바람과 햇살을 홀로 견뎌내야 하는 선인장의 삶이 아니라, 그들의 선한 의지를 돕고자 하는 이들이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최근에 그에게서 반가운 문자가 왔다. “수녀님, 저는 지금 강원도 태백을 지나 영월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차창 밖으로 동강이 참 깨끗하고 맑게 흐르네요. 몇 년 전, 잡혀서 포승줄에 묶여 수갑 차고 압송될 때는 맑게 보이지 않았는데...”
호수 | 제목 | 글쓴이 |
---|---|---|
2870호 2025. 5. 18. |
사람이 왔다.
![]() | 김도아 프란치스카 |
2869호 2025. 5. 11. | 성소의 완성 | 손한경 소벽 수녀 |
2868호 2025. 5. 4. | 그들이 사랑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랑하십시오. | 김지혜 빈첸시아 |
2865호 2025. 4. 13. |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 안덕자 베네딕다 |
2864호 2025. 4. 6. | 최고의 유산 | 양소영 마리아 |
2863호 2025. 3. 30. | 무리요의 붓끝에서 피어나는 자비의 노래 | 박시현 가브리엘라 |
2862호 2025. 3. 23. | 현세의 복음적 삶, 내세의 영원한 삶 | 손숙경 프란치스카 로마나 |
2861호 2025. 3. 16. | ‘생태적 삶의 양식’으로 돌아가는 ‘희망의 순례자’ | 박신자 여호수아 수녀 |
2860호 2025. 3. 9 |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2025년 사순 시기 담화 | 프란치스코 교황 |
2859호 2025. 3. 2 | ‘나’ & ‘우리 함께 together’ | 김민순 마리안나 |
2858호 2025. 2. 23. | 예수님 깨우기 | 탁은수 베드로 |
2857호 2025. 2. 16 |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으니 너는 나의 것이다.”(이사 43,1) | 최경련 소화데레사 |
2856호 2025. 2. 9. |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 안경숙 마리엠마 수녀 |
2855호 2025. 2. 2 | 2025년 축성 생활의 날 담화 | 유덕현 야고보 아빠스 |
2854호 2025. 1. 29 | 이 겨울의 시간 | 윤미순 데레사 |
2853호 2025. 1. 26 | 우리가 사랑할 때 | 윤경일 아오스딩 |
2852호 2025. 1. 19 |
2027 세계청년대회 WYD가 시작되었습니다!
![]() | 한미현 에스텔 |
2851호 2025. 1. 12 | 우리와 같으신 그분 | 강은희 헬레나 |
2850호 2025. 1. 5 | 새 마음, 새 각오 | 원성현 스테파노 |
2848호 2024. 12. 29 | 우리 가정에 예수님 모시기 | 이준혁 사무엘 & 강선희 루치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