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633호 2021.0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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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정렬 신부 |
나는 태어난 지 3일 만에 내 의지와 상관없이 부모님이 신자라서 ‘물 부음 당하는 세례’를 받았다. 교우촌 공소라 전 국민이 성당에 다니는 줄 알았는데, 초등학교에 진학하니 신자는 우리 동네 사람들뿐이었다. 그리고 이름도 다두, 분도, 마리아가 아닌 또 다른 ‘속명(俗名)’이 있었고 우리가 부르는 이름은 ‘본명(本名)’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영성체의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십이단(十二端) 기도문’을 외울 때는 ‘나는 왜 천주교 집안에 태어나 이 고생을 하는가?’ 푸념도 했었다. 그럼에도 쉬지 않고 신앙생활을 이어 온 것은 주님 도우심의 은총이라 여긴다.
성탄시기를 마치는 오늘 교회는 예수님이 요르단 강에서 세례를 받으심을 기념하는 축일 미사를 봉헌한다. 저마다 세례를 받은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대부분 세례를 받고 신앙에 입문하는 것은 이 세상에서 행복도 얻고 또 예수님이 말씀하신 하느님 나라의 영원한 생명을 갈망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세례를 받고도 정상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가 적은 걸 보면 예수님을 닮고 그렇게 살아가기가 어렵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세례받음에 대해 베드로 사도께서는 “세례는 몸의 때를 씻어 내는 일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에 힘입어 하느님께 바른 양심을 청하는 일”(1베드 3,21)이라 말씀하셨다. 결국 우리가 세례를 받은 것은 천당 입장권을 획득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보여주신 올바른 양심을 살아내고 이기적 욕심을 버리고 그리스도화 된다는 말씀으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예수님이 세례를 받고 보여주셨던 공생활의 삶은 욕심 없는 마음, 이타적인 마음으로 살아가는 삶, 손해 보고, 고통스러운 삶도 가치와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부모가 자녀에게 세례를 줬거나 스스로 개인이 세례를 받는 것은 원초적으로 가진 우리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을 버리기 위한 약속의 행위이다.
우리 각자가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가 되기 위해서 자신의 이기적인 욕심을 비우고 내가 받은 세례를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해주 관찰사가 김대건 신부님께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라고 물었던 질문에 나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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