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632호 2021.01.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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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탁은수 베드로 |
새해 희망, ‘파라볼라노이’
탁은수 베드로 / 광안성당, 언론인 fogtak@naver.com
이런 새해 처음입니다. 희망과 기대보다 불안과 두려움이 앞섭니다. 불 꺼진 성당 앞을 지나면서 이 불안은 한층 깊고 아득해졌습니다. 언제쯤 다시 일상이 올까요? 불안과 무기력 속에 문득 예수님이 태어나신 때를 떠올렸습니다. 지금이야 화려한 불빛과 아름다운 노래로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지만 예수님은 식민 지배를 받는 백성들 가운데에서 헤로데의 학살 위기를 간신히 피해 말구유의 비참함 속에 탄생하셨습니다. 작은 몸 하나 누일 곳 없어 냄새나는 짐승의 먹이통에 잠든 아기 예수님. 그때 그곳에 어떤 희망이 있었을까요?
예수님 부활 이후에도 그리스도 신앙은 가혹한 박해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300여 년 만에 로마의 종교로 공인받고 전 세계로 퍼져나갑니다. 그 전환의 배경에 전염병을 극복한 사랑의 실천이 있었습니다. 전염병이 로마를 휩쓸 때 죽음을 감수하고 환자들을 돌보며 사랑을 실천했던 그리스도인들을 ‘파라볼라노이’, 즉 ‘위험을 무릅쓴 존재’라고 불렀습니다. 빈부를 가리지 않고 원수까지도 보살피는 그리스도인의 사랑이 귀감이 됐고 교회 성장의 계기가 된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비슷합니다. 천주교가 전파될 당시 조선은 괴질로 백성들이 죽어 나가고 당쟁으로 날을 세우던 시련 속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신앙의 선조들은 신분과 관습을 넘는 그리스도의 가르침으로 희망과 구원을 찾아 나섰고 희년을 맞는 김대건 신부님의 신앙으로 이어졌습니다.
근본적 대책이 없다면 코로나 이후에도 인류를 공격하는 바이러스의 공격은 더 잦고 강해질 거라고 합니다. 교황님께서는 이 위기 극복을 위해 전면적인 쇄신을 강조하셨습니다. 쇄신의 시작은 우리는 나약한 존재이며 하느님이 만드신 창조질서로 돌아가야 한다는 자각에서 시작됩니다. 전염병은 생태계를 파괴한 인간 욕심에 대한 자연의 경고가 아닐까요? 이기적인 경쟁과 개발에서 공동체를 위한 생명경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공공의료를 강화하고 세계적 연대로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며, 백신부터 나눠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신앙과 삶의 거리를 좁혀 소돔과 고모라의 심판을 막을 의인이 되어야 합니다. 희망은 그냥 오지 않습니다. 위기의 현실에서 신앙인의 과제는 희망의 길을 찾아 그 길 위에 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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