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28호 2020.12.20 
글쓴이 윤기성 신부 

우리 함께 예수님께서 꾸셨던 꿈을 꾸어요.

 
윤기성 신부 / 전산홍보국장

 
 
   이제 주님 성탄 대축일이 정말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세상은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거의 1년 동안 계속된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우리 인간은 작은 바이러스 앞에서 얼마나 나약한지 경험했습니다. 또한 지구촌이 한 공동체임을 강조하던 나라들도 앞다투어 국경을 봉쇄하였고, 이 대유행의 책임을 전가하며 서로를 비난하였습니다. 나아가 방역용품뿐만 아니라 막 개발되기 시작한 백신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국가 사이에 서로 경쟁하는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인류 공동체 안에서 가장 아픈 지체를 우선적으로 돌보고 서로 양보해 가며 힘을 모아야 이 위기를 가능한 한 빨리 극복할 수 있을 텐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말과 실천이 상반되어 있습니다.
 
   저는 예수님의 성탄을 묵상하며 늘 착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떠올립니다. 강도를 맞아 모든 것을 빼앗기고 초주검이 되어 길에 쓰러진 사람을 보고 가던 길을 멈추고 그에게 다가가 상처를 싸매 주고 돌보아 주었던 착한 사마리아인 말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가게문을 닫고 생계에 어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교우들, 학교에 가서 마음껏 수업을 듣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릴 수 없었던 우리 학생들, 안 그래도 끼니를 잘 챙겨 먹지 못하는데 무료급식소마저 문을 닫아 굶주리는 노숙인들, 노인대학과 복지관에 갈 수 없어 정신적으로 우울감에 시달리고 공동체 신앙활동에 참여할 수 없어 영적으로 분리된 채 살아가는 많은 어르신들을 착한 사마리아인이신 예수님께서 찾아가시어 손을 꼭 잡아주시고 힘을 북돋아 주시며 상처를 싸매 주시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우리 교회가 하느님의 크신 구원 계획 앞에서 한없이 작음을 알지만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ㄴ) 하고 응답하셨던 성모님과 함께 현시대 안에서 하느님의 요청에 용감히 응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책 『꿈을 꿉시다 :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과 같이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 위에서 우리 함께 담대하게 꿈을 꿔보지 않으시겠습니까? 위기와 변화 앞에서 예수님 성탄의 신비에서 배운 자기 비움과 낮춤을 선택하고 그럼으로써 자비의 물결이 흘러넘치는 세상을 위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갑시다.
호수 제목 글쓴이
2903호 2025. 12. 21  믿고 순종하는 이를 구원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 file 한인규 신부 
2902호 2025. 12. 14  자비롭고 선한 사람 file 손지호 신부 
2901호 2025. 12. 7  방향전환 file 이재석 신부 
2900호 2025. 11. 30  “깨어 준비하고 있어라.” file 김병수 신부 
2899호 2025. 11. 23  모순과 역설의 기로에서 file 김지황 신부 
2898호 2025. 11. 16  가난한 이들은 기다릴 수 없다 file 이상율 신부 
2897호 2025. 11. 9  우리는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file 최정훈 신부 
2896호 2025. 11. 2  우리의 영광은 자비에 달려있습니다 file 염철호 신부 
2895호 2025. 10. 26  분심 좀 들면 어떤가요. file 최병권 신부 
2894호 2025. 10. 19  전교, 복음의 사랑으로 file 김종남 신부 
2893호 2025. 10. 12  우리가 주님을 만날 차례 file 한종민 신부 
2892호 2025. 10. 6  복음의 보름달 file 김기영 신부 
2891호 2025. 10. 5  느그 묵주 가져왔나? file 김기영 신부 
2890호 2025. 9. 28  대문 앞의 라자로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file 정창식 신부 
2889호 2025. 9. 21  신적 생명에 참여하는 삶 file 조성문 신부 
2888호 2025. 9. 14  나를 죽이고 십자가를 지는 삶 file 박재범 신부 
2887호 2025. 9. 7  더 크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file 이재원 신부 
2886호 2025. 8. 31  행복을 선택하는 삶 file 박호준 신부 
2885호 2025. 8. 24  ‘좁은 문’ file 이영훈 신부 
2884호 2025. 8. 17  사랑의 불, 진리의 불 file 이영창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