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626호 2020.1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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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영훈 신부 |
어느 청년노동자의 꿈
이영훈 신부 / 노동사목 담당 free6403@daum.net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1970년 11월 서울 평화시장. 화염에 휩싸인 22세 재단사가 쓰러졌습니다. 그의 손에는 ‘근로기준 법전’이 있었습니다. 햇볕도 들지 않는, 먼지 가득한 좁은 작업장에서 들리는 미싱 소리는 새벽까지 멈추지 않았습니다. 매일 14시간 이상, 쉬는 날도 없이 가족을 위해 일을 하지만, 그와 10대 어린 여공들이 받는 임금은 턱없이 적었습니다.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려 각성제까지 먹어보지만, 그들의 손가락은 바늘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탁한 공기와 캄캄한 작업 환경으로 그들은 안질과 폐결핵 등의 질환을 겪어야 했습니다.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노동자들이 수없이 쓰러져 가던 그 당시, 그는 여공들과 수많은 노동자들의 고통을 대변하기 위해 앞장섭니다. 그러나 그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무관심과 냉소였습니다. 배고픈 여공들에게 풀빵을 건네고 정작 자신은 먼 길을 걸어 집으로 갔던 노동자 전태일!
2020년 대한민국 뉴스에서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끊임없이 알리고 있습니다. 조선소에서, 건설 현장에서, 발전소에서, 공장과 사무실에서, 자신의 집에서, 지하와 바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 수많은 노동자가 곳곳에서 죽거나, 다치고 있습니다. 약 7명의 노동자들이 매일매일 죽어갑니다. 집으로, 가족 곁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은폐된 죽음과 사고는 더욱더 많습니다.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숨겨진 생명도 있습니다. ‘더 많은’ 수익을 위해, 쉼 없이 ‘더 많이’ 그리고 ‘더 빨리’ 노동해야 하는 노동자들! 50년이 지났지만 이 땅의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의 가치는 크게 나아지지 않은 듯합니다. ‘생존’을 위해 그들은 오늘도 ‘안전’보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인권 주일이자, 사회 교리 주간의 시작인 오늘. 교회는 노동자가 신체와 정신적 건강에 손상을 끼치지 않는 노동 환경에서 노동할 권리가 있으며,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저렴하거나 무상으로 의료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가르칩니다. 교회의 이 가르침은 노동자 전태일의 꿈이자, 노동자의 아버지이신 하느님과 노동자의 벗이신 예수님의 꿈입니다. 이 꿈이 더 빨리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노동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인간 생명이 가장 우선으로 존중받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기도하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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