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26호 2020.12.06 
글쓴이 이정민 신부 

대림절, 다시 시작되는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이정민 신부 / 토현성당 주임

 
 
   “너희는 광야에 주님의 길을 닦아라. 우리 하느님을 위하여, 사막에 길을 곧게 내어라.” 오십 년 동안 바빌론 땅에서 유배살이를 하고 있던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이사야는 이제 주님께서 찾아오셔서 해방의 날을 맞게 될 것이니,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광야에 길을 닦으라고 선포합니다.
 
   이사야의 선포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실제로는 바빌론 땅에서 예루살렘을 향해 행진할 광야를 뜻하지만, 성경에서 광야는 인간 내면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울퉁불퉁하고 거칠고 험한 길이 이어지는 내면의 광야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우리 내면의 그 광야에 주님을 위한 곧은 길을 닦으라고 이사야는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이사야의 선포는 다시 세례자 요한의 목소리에 담겨 오늘 복음에서 울려 퍼집니다. 주님의 길을 닦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회개하는 것입니다. “회개하라.”는 요한의 설교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래서 온 유다 지방 사람들과 예루살렘 주민들이 그에게 나아가, 자기 죄를 고백하며 세례를 받습니다.
 
   그러나 요한의 역할은 뒤에 오실 분을 준비하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요한은 물로 세례를 주었지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시는 분, 그리스도께서 오시기 때문입니다. 마르코 복음서의 첫 대목처럼 바야흐로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시는 주님을 기다리는 최상의 준비는 말할 것도 없이 ‘회개’입니다. 우리가 주님을 만날 수 있는 길은 자신의 회개밖에 없습니다. 삶을 돌이켜 주님을 마중 나갈 때, 주님은 비로소 그 인생 안에 오십니다.
 
  “위로하여라, 위로하여라, 나의 백성을.”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면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모든 이에게 주님의 다정한 위로를 전하는 이사야의 외침이 울려 퍼지기를 기도합니다. 제가 있는 본당은 미사에 오시는 교우님들의 수가 팬데믹 이전의 60% 남짓 회복되었습니다. 다른 본당들도 비슷한 상황일 것입니다. 자의든 타의든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교우님들에게도 주님의 오심이 기쁜 기다림이 되기를, 우리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다시 시작되는 대림절이기를 기원합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903호 2025. 12. 21  믿고 순종하는 이를 구원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 file 한인규 신부 
2902호 2025. 12. 14  자비롭고 선한 사람 file 손지호 신부 
2901호 2025. 12. 7  방향전환 file 이재석 신부 
2900호 2025. 11. 30  “깨어 준비하고 있어라.” file 김병수 신부 
2899호 2025. 11. 23  모순과 역설의 기로에서 file 김지황 신부 
2898호 2025. 11. 16  가난한 이들은 기다릴 수 없다 file 이상율 신부 
2897호 2025. 11. 9  우리는 하느님의 성전입니다 file 최정훈 신부 
2896호 2025. 11. 2  우리의 영광은 자비에 달려있습니다 file 염철호 신부 
2895호 2025. 10. 26  분심 좀 들면 어떤가요. file 최병권 신부 
2894호 2025. 10. 19  전교, 복음의 사랑으로 file 김종남 신부 
2893호 2025. 10. 12  우리가 주님을 만날 차례 file 한종민 신부 
2892호 2025. 10. 6  복음의 보름달 file 김기영 신부 
2891호 2025. 10. 5  느그 묵주 가져왔나? file 김기영 신부 
2890호 2025. 9. 28  대문 앞의 라자로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file 정창식 신부 
2889호 2025. 9. 21  신적 생명에 참여하는 삶 file 조성문 신부 
2888호 2025. 9. 14  나를 죽이고 십자가를 지는 삶 file 박재범 신부 
2887호 2025. 9. 7  더 크게 사랑하기 위해서는? file 이재원 신부 
2886호 2025. 8. 31  행복을 선택하는 삶 file 박호준 신부 
2885호 2025. 8. 24  ‘좁은 문’ file 이영훈 신부 
2884호 2025. 8. 17  사랑의 불, 진리의 불 file 이영창 신부 
주보표지 강론 누룩 교구소식 한마음한몸 열두광주리 특집 알림 교회의언어 이달의도서 읽고보고듣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