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2624호 2020.11.22 
글쓴이 장재봉 신부 

믿고 희망하며 늘 사랑하고 더 사랑합시다!
 
장재봉 신부 / 월평성당 주임
 
   전례력의 막바지 주일, 왕이신 예수님의 사랑을 온 세상에 선포하며 기쁨을 누립니다. 그런데 올해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것 같습니다. 기쁨을 훼방하는 여건이 참 많으니까요. 설상가상 ‘사랑의 해’ 플래카드가 치워질 텐데 그마저 아쉽습니다. 세 해 동안 믿음을 키우고 희망을 탄탄히 하여 충만한 사랑을 살고자 다짐했던 교구민들의 설렘이 기억나기에 그렇습니다. 사랑하는 일을 미루고 뒷걸음을 쳐야 했던 아픔이 아직도 고스란하니 그렇습니다. 
 
   뜻하지 않았던 ‘거리두기’는 이웃과의 만남을 단절시켰고 ‘비대면’이라는 생경한 상황에서 우리는 사랑할 기회를 접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믿습니다. 이 스산한 환경이 더 많은 분들께 더 큰 영혼의 갈증을 발견하게 했으리라고 말입니다. 외부적 활동에 제약을 받아야 했던 만큼 주님과의 해후는 더 잦았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사랑은 결코 슬로건에 맞추어 솟구쳤다 사그라드는 그런 시시한 것이 아니니 말입니다. 그러기에 ‘사랑의 해’에 더 많은 사랑을 실천하지 못했던 아쉬움과 사랑을 제대로 살아내지 못했던 회한까지도 축적된 사랑의 동력이 될 것이라 믿어 봅니다. 
 
   성경은 세상의 위기가 하느님께서 “내버려 두시어”(로마 1,24) 외면하는 때일 수 있다고 기록합니다. 세상이 힘들어지는 것은 곧 그리스도인들의 삶이 재정비되어야 하는 시기라는 의미로 읽어집니다. 삶에서 가장 우선되던 것을 내려놓는 결단을 요구하는 다급한 상황이라 싶습니다. 왕이신 예수님을 뵙고 영광과 찬미를 올리는 오늘, 진정 왕이신 예수님의 뜻을 제대로 살아냈는지를 세밀히 따져보는 지혜를 요구하시는 것이라 새기게 됩니다. 
 
   과연 어떤 마음으로 이 대단하고 의미 깊은 주일을 맞으시는지요? 그동안 예수님과 어떤 관계를 맺고 믿음생활을 하셨는지요? 그리스도 예수님을 왕으로 모신 충신의 자세를 진정 살으셨는지요? 주님의 백성다운 품위를 지키는 하느님 자녀에 걸맞은 삶을 살아내셨는지요? 
 
   이 작은 인간이 하느님 사랑을 품어 주님의 일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은혜입니다. 당신처럼 믿고 희망하며 사랑하는 삶을 온전히 살아낼 수 있을 터이니, 감격입니다. 
 
   우리의 새해가 왕이신 예수님의 어명에 충실함으로 하느님께 기쁨이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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